분양주택·SOC 늘려 ‘총선용’ 눈총…양평고속도에 123억
주택복지, 전년 대비 11% 증가
서민용 임대주택 예산 5.1% 늘어
전세사기 피해 위한 공공매입 신설
SOC 중 항공·공항에 8425억 책정
전년보다 145% 늘어 증가폭 최고
물류·R&D·산단 예산 삭감 ‘대조’
정부가 2024년도 예산에서 분양주택 예산을 크게 확대하고 올해 예산을 크게 줄였던 임대주택 부분은 소폭 인상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더불어 전세사기 문제로 서민층 주거 문제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주거 복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의 사과 없이는 재개할 수 없다던 양평고속도로 사업 예산을 편성하는 등 사회간접자본(SOC)예산도 늘렸는데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29일 국토교통부는 2024년 예산안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한 60조6000억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총지출(656조9000억원)의 9.2% 수준이다. 정부 예산 중 국토부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복지(37조4039억원)와 SOC(26조1349억원) 부분은 각각 전년 대비 11%, 4.6% 늘었다.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는 주택복지 사업이 대거 확충된 것 같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서민층을 위한 임대는 소폭 늘어난 반면 분양은 올해 예산에 이어 크게 확대됐다.
분양주택(융자) 예산은 2조478억원으로 전년대비 6523억원(46.7%) 늘었다. 민간임대를 제외한 임대주택 예산은 올해 예산 대비 7869억원(5.1%) 증액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첫 편성한 올해 예산에서 임대주택 예산을 전년보다 5조6000억원(33.4%) 대폭 삭감하고 분양을 1조793억원(341%) 크게 늘렸는데 내년도 예산도 분양에 방점을 두는 공공주택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공공분양은 내년 9만호 공급이 목표다. 올해 7만6000호에서 더 확충됐다. 분양 중심의 정책 방향은 서민층을 위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분양가, 자산요건, 실제 주거비 등을 따져볼 때 아무리 공공분양이라도 저소득층은 들어갈 수가 없다”며 “물론 중산층을 위한 공공분양도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계층의 주거안정이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임대주택 건설 부분 3만5000호, 전세와 매입 각각 4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모두 합해 전년에 비해 8000호 늘었다.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은 “지난 정부가 연평균 13만호를 공급한 것에 비하면 임대 물량이 확대된 것으론 볼 수 없다”면서 “깨끗한 건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입주자들은 건설임대 선호가 높지만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는 택지가 없어서 진행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권오정 건국대 교수는 “임대주택은 물량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짓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물량 중심으로 가다보니 수요가 없는 지역에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공공임대 매입 사업이 신설됐다. 7000억원을 들여 5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취약계층 사업인 주거급여(2조7400억원)는 수혜 대상을 중위소득 47%에서 48%로 확대하고, 급여수준도 월 최대 2만7000원 인상해 전년 대비 1702억원 증액됐다. 하지만 증가폭은 올해 예산 대비 6.6% 오른 것으로 2023년(+17%), 2022년(+8.9%)과 비교해 크지 않다.
SOC 사업 중 국토부 사업은 20조5000억원으로 올해(19조7000억원) 대비 3.9%가량 늘었다. 특히 도로(297억원), 철도(4582억원), 항공공항(4990억원)이 늘고 물류(-16억원), R&D(-1310억원) 지역 및 도시(-1825억원), 산업단지(-381억원) 사업 예산이 줄었다.
예산 증가폭이 가장 큰 SOC 사업은 8425억원이 책정된 항공·공항 사업이다. 전년 대비 145.3%(4990억원) 늘었다. 대구경북신공항(100억원) 예산 등이 반영됐다. 올해 대비 6% 증가한 철도 부문(8조478억원)은 호남선 고속화, 철도사후관리 지원 비용이 각각 100억원, 181억원 배정됐다. 도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예산 123억원이 포함돼 총 7조8705억원이 잡혔다.
윤지원·심윤지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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