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판 날짜는 ‘슈퍼 화요일’ 전날인 내년 3월4일로 결정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모의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판일이 내년 3월4일로 정해졌다. 공화당 대선 경선 결과를 판가름하는 중대 고비인 ‘슈퍼 화요일’ 바로 전날이다. 경선 스케줄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일정이 맞물리면서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칸 판사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전복 시도 혐의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내년 3월4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대선 경선 최대 이벤트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결정적 국면으로 꼽히는 슈퍼 화요일 전날이다. 슈퍼 화요일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를 비롯해 미 전역 13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날로 공화당 대의원의 35%가 이날 선출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내년 1월2일을 재판일로 제안했고,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대선 이후인 2026년 4월 재판을 열 것을 요청했다. 처칸 판사는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일정과 상관없이 재판일에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는 다른 피고인들과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며 “프로 운동선수가 관여돼 있다 하더라도 그의 스케줄에 따라 재판 일정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처칸 판사를 “편향된, 트럼프 혐오 판사”로 지칭하며 “바로 우리의 타락한 정부가 원하던 대로다. 난 항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공판기일로부터 6주 내에 전체 공화당 대의원의 약 70%가 확정된다. 이 때문에 재판의 최종 선고 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생존한다면 대의원 수에서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고, 공화당으로서도 내년 7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 선출을 번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네 차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재판 일정도 대선 경선 기간과 겹쳐 있다. 내년 3월25일에는 뉴욕에서 성추문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고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건에 대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 5월20일에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문건 불법 반출 관련 재판이 열린다.
조지아주 검찰이 선거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기소한 사건의 경우 검찰이 내년 3월4일을 첫 재판일로 제안했다가 이보다 앞서 올해 10월에 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지지층 결집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재판 일정이 선거운동 기간과 맞물리면서 유세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도에 균열이 갈 경우 본격적인 사법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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