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사부터 공영방송 정조준
KBS이사회, 사장 해임제청안 상정
이 위원장 "공영방송 독과점 특혜…
노영방송·정치편향·가짜뉴스 확산"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장악’을 주도했다고 비판받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으로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2018년 중앙지검 수사로 이동관 수석의 방송장악 기획 전력이 드러났는데도 끝내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양대 공영방송 노조와 언론현업·시민단체들은 또다시 이동관을 앞세운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동관 위원장의 행보는 취임 첫날부터 거침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인사는 이번이 16번째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명장을 받은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이 모습을 두고 언론현업·시민단체들은 28일 성명에서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오만함과 정반대로 대통령에 90도로 허리 숙여 충성심을 보였다”며 “바로 이것이 정치적 후견”이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28일 취임하자마자 공영방송을 향한 반감부터 드러냈다. 공영방송이 언론 신뢰 하락의 주범이라는 인식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방송과 언론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만을 대변하는 행태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공영방송의 구조와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6기 방통위 중점과제는 크게 4가지다. 그중에서 공영방송을 정조준하는 내용이 가장 먼저 나왔고, 상당한 분량을 차지했다. 이 위원장은 “그간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그동안의 공영방송 개혁 노력이 단순한 리모델링 수준에 그쳐왔다면 이번 6기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선도하겠다”며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공영방송이 국민의 선택과 심판이라는 견제 속에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사로 공영방송을 저격하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이동관 스스로가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비판적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정권 친화적 언론에는 당근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정권 편파적인 방송과 언론을 만들려 했던 인물이면서 과연 저런 발언을 할 자격이 있나”라고 질타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성명에서 “‘개혁’으로 포장한 공영방송 말살, 공영방송을 뿌리째 흔들어 존재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 이동관 방통위의 실체이자 윤석열 정권이 이동관을 굳이 방통위원장에 앉힌 이유”라고 지적했다.
취임식 직후 이 위원장은 방통위 상임위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정원은 총 5명(대통령 지명 2명,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이지만 이날 회의는 대통령이 지명한 이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 두 명만으로 진행됐다. 지난 23일 퇴임한 김효재 위원(여당)과 김현 위원(야당)의 후임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후보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아서다.
5인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지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3인 체제, 현재 2인 체제까지 파행이 지속되며 출범 취지인 합의 정신을 잃은 상태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취임 당일 첫 전체회의를 개최해 자신을 포함한 재적 위원 2명의 의결만으로 공영방송 이사 2인을 임명했다.
이날 2인 방통위는 지난 14일 해임된 정미정 EBS 이사의 후임 보궐이사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를 임명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15~2017년 KBS 이사 재직 당시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으로 해임됐다가 해임 무효소송에서 승소한 인물이다. EBS 보궐이사 임기는 내년 9월14일까지다. 지난 21일 방통위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을 해임해 비어있던 자리에는 김성근 전 MBC 인프라본부장이 임명됐다. 김 전 본부장은 MBC 재직 시절 약 5000만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발각돼 불명예 퇴직했다. 방문진 보궐이사 임기는 내년 8월12일까지다.
이 위원장이 방통위 공식 업무를 시작한 28일, KBS 이사회는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김효재 직대 방통위가 야권 측 남영진 전 이사장과 윤석년 전 이사를 해임하면서 6대5로 다수석을 확보한 KBS 여권 이사들(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황근)이 김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긴급 안건으로 제출한 것이다. 오는 30일 열릴 이사회에서 김 사장의 해임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이들이 내세운 해임제청 이유는 △지난해 118억원, 올해 상반기 461억원 등 대규모 적자로 인한 KBS 경영 악화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국민 신뢰가 추락해 수신료 분리징수 초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체결한 고용안전협약의 경영권 훼손·침해 우려 등이다.
현재 KBS 이사장은 여권 측 서기석 이사가 맡고 있다. 서 이사장은 보궐로 임명된 지 2주 만인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여권 이사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다. 여권 우위 이사회는 향후 김 사장의 소명 절차를 거쳐 빠르면 다음달 중순 해임제청안을 최종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통위의 이사 해임, 이사회 여야 구도 재편, 이사회의 사장 해임, 대통령의 해임 재가로 이어지는 공영방송 수난사가 재현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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