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부상으로 차질" 클린스만도 우려한 공백...정작 대안은 있을까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의 공백을 느끼지 않도록 팀을 만들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28일(이하 한국시간) 9월 유럽 원정 친선경기에 나설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 25인 명단을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오는 8일에 웨일스, 13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나 평가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25인 명단을 발표한 후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며 이강인의 공백을 우려했다. 동시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강인이 빠졌다는 걸 느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의지가 강해도, 현실은 냉혹할 때가 많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강인의 공백을 어떤 식으로 대체할 것인지가 걱정된다.
선수의 공백을 대체할 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비슷한 장단점을 가진 다른 선수를 기용하거나 감독의 전술적인 변화를 통해서 이뤄진다. 이번 9월 평가전은 선수로 이강인을 대체하든, 다른 전술을 통해 이강인의 공백을 최소하는 방안 모두 모두 쉬워보이지가 않는다.
먼저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4번의 평가전에서 이강인을 어떻게 기용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중앙 자원이 아닌 측면 윙어로 분류했다. 전통적인 윙어 스타일보다는 이강인에게 전술적인 자유도를 부여하면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만들어줬다.
따라서 이강인의 역할을 대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선수는 측면과 중앙 플레이에 모두 능한 선수여야 한다. 이번 25인 명단에서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을 추려보면 이재성, 황희찬, 홍현석, 이동경. 손흥민 정도다. 여기서 손흥민은 이강인의 대체자로서 분류할 수 없기에 제외된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해서 이강인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앙에서는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해야 하고, 측면에서는 상대 수비수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돌파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이강인이 대표팀 안에서 맡은 역할이 많다는 것인데 거론된 후보자 대부분 가지고 있는 장점이 이강인과는 다르다.
이재성과 홍현석은 이강인보다는 중원 밸런스를 잡아주는데 능하지만 측면에서 직접 공을 몰고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강인처럼 측면에서 파괴적인 모습이 가능한 황희찬은 중앙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그나마 이강인과 장점이 비슷한 선수는 이동경이다.
여기서 걱정되는 포인트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동경이라는 선수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다. 선수를 파악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선수가 뛰는 모습을 직접 관전하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동경의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다.
이동경은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7월부터 다시 울산 현대 선수로 뛰고 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7월부터 K리그 현장에 방문한 적이 없다. 영상을 통해서는 이동경의 경기를 봤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클린스만 감독은 이동경의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지 않은 채 선발했다.
지난 6월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을 대표팀에 불렀다가 안현범의 단점만 부각되는 전술 지시를 내려 의문점을 남긴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사태가 이동경한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가 아닌 전술 변화로 이강인을 대체하기로 결정한다면 더 큰 우려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4경기를 통해서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어떠한 축구를 보여주겠다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도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보다는 더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전술적인 디테일은 매우 떨어진 모습을 노출했다. 그 결과가 홈 4경기 무승이라는 좋지 못한 결과로 귀결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으로 보여준 '무언가'는 손흥민을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활용하겠다 정도뿐이다. 4경기 동안 디테일과 완성도를 놓친 감독에게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한 이강인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독일과 미국 국가대표팀 시절에도 전술적인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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