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없애고 낙제점 주고…‘조용한 해고’로 돈아끼는 미국기업
해당 직원들 ‘사실상 해고 통보’ 우려
미국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이 같이 시작하는 이메일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이유인즉 업무 구조조정으로 인해 새로운 부서로 재배치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A씨는 왠지 회사가 퇴사를 강요하는 느낌을 받고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팬데믹 도래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상한 이른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저물고, 대신에 이제는 ‘조용한 해고(quiet cutting)’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용한 퇴사란 직원들이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난 채 최소한의 일만 하는 상태를 뜻한다.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고용시장이 수요 초과로 과열된 가운데 재택근무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조용한 해고는 직접적인 해고 대신 직원 재배치, 직무평가 강화처럼 간접적으로 해고의 신호를 줄 수 있는 조치 등을 일컫는다. 최근 IBM, 아디다스, 어도비, 세일즈포스와 같은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직원들을 전격 재배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금융조사기관 알파센스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업들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재배치 혹은 유사한 표현이 언급된 횟수가 작년동월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재배치를 통해 새롭게 필요한 보직의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고, 더 이상 필요없는 일자리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식 해고를 통해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보상금을 비롯한 비용을 아끼고 직원들이 차후 알아서 회사를 나가도록 효과도 있다. 특히 최근 과열되던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기업들이 직원들의 인력 관리하기에 더 유리해진 것이다.
챌린저 선임부사장은 지난달 미국 회사들은 전달보다 해고가 42% 적었고, 전년동월 대비로도 9%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들어 해고 수치가 작년보다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회사원들은 업무 재배치가 결국 퇴사로 이어질까 걱정한 채 퇴사를 당하지 않고 원하는 보직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IBM에서 두 차례 재배치 후 본인이 원하는 보직을 얻은 매트 콘래드 씨는 “재배치는 마치 회사가 앞으로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회사를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으라”는 최후통첩과 같이 느껴진다고 회고했다.
직무평가 강화도 재배치와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 예컨대, 올해 초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직원 수 천명에게 평균 이하의 점수를 부과했다. 메타 경영진은 당시 평가로 인해 더 많은 직원이 퇴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메타는 작년부터 해고를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는데, 조용한 해고를 전략적으로 사용했다는 분석이다.
인사 전문가들은 조용한 해고가 정식 해고는 아니지만 기업 내 직원들을 솎아내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세빈 옐테킨 로체스터대 사이먼 경영대학원 학장은 “이를 해고라고 부르진 않지만 사실상 해고”라고 말했다.
다만 조용한 해고를 받은 직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왜 그 같은 조치를 받게 되었는지 상사에게 구체적으로 문의하고, 앞으로 직장 내 미래진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컨설팅사 콘 페리의 나오미 수더랜드 인재개발 총괄은 “정확한 정보 없이 기존 업무에서 성과를 보이거나 의미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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