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맞냐 묻자 사령관이 고개 끄덕여”···해병대 전 수사단장 진술서 파장

박은경 기자 2023. 8. 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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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에게 수사기록 경찰이첩 취소 배경 묻자
“‘VIP가 격노해 장관과 통화 했다’고 말해” 진술
사령관은 진술서 내용 부인한 것으로 전해져
대통령 채모 상병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확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소속 당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고(故) 채모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의혹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다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주장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박 대령은 전날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사실관계 진술서를 제출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쯤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경북경찰청에 이첩해야 할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지만 다음날 이첩이 취소됐다.

박 대령이 제출한 진술서에는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국방부 보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정오쯤 언론 브리핑을 위해 국방부 근처에 대기하던 중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급하게 전화해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다”며 부대 복귀를 지시했다. 이어 국방부 대변인이 해병대사령부 공보정훈실장에게 전화해 “취소 사유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라”고 했고, 공보정훈실장이 “국방부 지시로 취소됐다고 하겠다”고 하자 대변인은 “절대로 안 된다”며 막았다.

진술서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3시18분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해 사건 서류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고 했다.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했고, 김 사령관은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이 “정말 VIP가 맞습니까?”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했다고 진술서에 명시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의 진술서 내용 확인을 위해 이날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를 방문해 김 사령관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은 조사에서 진술서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측도 통화에서 김 사령관이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했던 발언과 크게 변화된 부분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VIP 개입’ 등 진술서 내용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밤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에서 보도된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19일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입건된 상태다. 해병대 수사단장에서도 보직 해임됐다.

박 대령은 전날 군검찰에 출석해 진술서를 제출했으나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군 검사 앞에서 해병대 사령관에게 외압이 가해지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틀자 군 검사가 당황해 재생을 중단시켰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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