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프 벤자민 멍청이”…복구된 메신저 속 더기버스의 속내

안진용 기자 2023. 8. 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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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피프티피프티

더기버스의 답변과 제프 벤자민·‘그알’ 입장 유사…백이사 "연결고리 역할 사실 아냐"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를 둘러싼 전속 계약 분쟁 과정에서 피프티피프티를 비롯해 소속사 어트랙트로부터 탬퍼링을 주도한 ‘외부 세력’으로 지목받은 더기버스 측에 유리한 뉘앙스의 논평을 해온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을 두고 더기버스 관계자들이 대화 과정에서 "멍청이"로 칭하는 것을 비롯해 제프 벤자민을 그들의 논리를 강화하는 데 활용한 듯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가 확인됐다. 더기버스 안성일 프로듀서와 이에 속한 가수 손승연 등에 대한 우호적인 칼럼을 써온 제프 벤자민이 결국 그들의 논리를 반복해온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어트랙트는 더기버스와 외주 계약이 만료된 후 지난 5월10일 인수인계를 요청했고, 한 달여가 지난 6월16일께 업무용 이메일 등을 넘겨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어트랙트 측은 더기버스 직원들이 관련 이메일 및 자료들을 삭제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전자기록 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더기버스 임직원을 고소했다. 또한 소통 과정에서 사용된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이야기가 오간 정황이 포착됐다.

문화일보가 29일 어트랙트로부터 제공받은 슬랙 메신저를 보면 백모 이사와 김모 팀장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이는 4월10일 나눈 대화로, 제프 벤자민이 안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미국 빌보드지에 게재하기 2주 전이다.

김 팀장은 "제프 벤자민으로부터 추가적인 문의 사항을 전달받아 다음과 같이 공유드립니다"라면서 ▲소속사를 상대로 한 질문지에 대해 ‘SIAHN & The Gives 팀’이라는 주체로 답변했지만, 빌보드에서 해당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함. 따라서 정확히 누가 어떤 질문에 대답했는지 확인 필요하다고 함 ▲소속사명 : ATTRAKT Creative Content Group이 맞는지? ▲소속사 측 답변 관련해서 기존 K-팝 회사와의 차별성이 모호하게 느껴짐. 특정 기간을 기반으로 계약하는 타 소속사와 달리 특정 앨범 수량에 따라 계약을 한다는 말인지? 다르게 말해서 더기버스가 차별화한다는 부분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 필요 등 제프 벤자민이 던진 질문을 공유했다.

이 중 제프 벤자민은 "기존 K-팝 회사와의 차별성이 모호하게 느껴짐. 다르게 말해서 더기버스가 차별화한다는 부분이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태에서 더기버스 측이 전통적인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관계를 부정하고 새로운 레이블 관계가 필요하다면서도 명확히 그 이유를 대지 못해 대중과 언론이 의아하게 여기는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어트랙트가 삭제된 메신저 슬랙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더기버스 임직원의 대화 내용.

이에 백OO 이사는 "제프 벤자민 멍청이"라고 답했고, 김팀장은 "ㅋㅋㅋ 전달했던 내용을 더 심플하고 명확하게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라고 거들었다. 이에 백 이사는 다시금 "어휴 ㅋㅋㅋ"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물론 제프 벤자민에게 직접 건넨 말은 아니지만, 평소 그들이 제프 벤자민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반론권 차원에서 백 이사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내부적으로 임직원들 간 나눈 대화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의도를 갖고 한 말이 아니니 해당 사항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하지 말아달라"면서 "업무상 소통했던 메신저들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해석해 이를 현안과 연결짓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중 더기버스와 기존 K-팝 회사와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백 이사는 "형태나 회사 구조나 계약 방식에 대해서는 다르다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기존 K-팝 회사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아티스트 개발, 트레이닝, 기획, 제작 등에 있어서 기존 K-팝이 일방적이고 통보적인 방식이었다면 우리는 좀 더 유연하게 소통하고 논의해 진정성 있게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식이다. 이런 형태의 디벨롭 구조와 기획·제작 방향성이 더기버스가 기존의 방식과 차별화해 가장 우선적으로 접근했던 포인트"라고 답했고, 김 팀장은 "여기에 추가로 ‘글로벌 레이블 시스템화’에 대한 과정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국내 엔터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개념이 아닌, 아티스트가 계약의 주체가 되어 그들을 서포트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직접 고르는 글로벌 레이블 계약 구조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기존 K-팝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 및 바운더리를 탈피하여 피프티피프티가 글로벌한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게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 부분은 제프 벤자민을 비롯해 지난 19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제시한 논리와 유사하다. "국내 엔터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개념이 아닌, 아티스트가 계약의 주체가 되어 그들을 서포트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직접 고르는’ 글로벌 레이블 계약 구조로 진행"이라는 부분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MC 김상중이 했던 "재능있는 아티스트가 신뢰할 수 있는 제작자를 선택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의 제프 벤자민 섭외 과정에 더기버스가 어떤 역할이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백 이사는 "‘그것이 알고싶다’와 ‘제프 벤자민’과의 연결고리 역할은 명백히 사실이 아님을 말씀드린다"면서 "(제프 벤자민이)인터뷰 한 사실도 방송으로 접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당시 해외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기존의 K-팝 시스템을 고수하지 않고 해외 현지 시장에 적합한 방식을 도입한 점"이라면서 "이 부분을 통해 차별화된 전략적 접근이 피프티피프티의 성공 요인 중 하나였음을 시사하기 위해 전달하게 된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프티피프티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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