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도 경제 안 살아나…남은 임기도 ‘재정 보릿고개’
작년 향후 5년 국세 수입 증가 7.6% 추산…올해 2.7%로 낮춰
2028년까지 세입 90조 감소…지출 줄여도 재정건전성 ‘악화’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정부가 29일 역대 최고 수준의 ‘짠물 예산안’을 내놓았다. ‘상저하고’ 자신감과 달리 경기회복 시점과 강도 모두 기대를 빗나가면서 수입이 급감해 불과 1년 만에 세입 전망이 반토막 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올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지난해 계획과 비교해보면 1년 새 악화된 재정 상황은 더 두드러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5개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수입이 연평균 6.6%, 국세수입은 연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총수입은 국세수입, 세외수입과 기금수입으로 구분된다. 기재부는 당시 “경기회복 등으로 세수가 크게 증가한 2021~2022년에 비해 증가폭은 다소 둔화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지나 기재부가 올해 내놓은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총수입이 연평균 3.7%, 국세수입은 연평균 2.7% 증가할 것으로 추계됐다. 총수입은 지난해 추계치의 절반, 국세수입은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5년간 재정지출계획 역시 1년 만에 큰 폭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지난해 2022~2026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이 4.6%에 달할 것이라고 추계했는데, 2023~2027년 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3.6%로 낮췄다. 특히 5년간 법정 의무지출 증가율 관리 목표는 1년 새 7.5%에서 5.0%로 2%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보릿고개가 내년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올해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점이 세입 전망을 크게 악화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저조해지고, 소비도 둔화돼 세금이 덜 걷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부터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필두로 감세 조치를 단행하면서 세입 기반을 더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2년간 발표한 두 차례의 세법개정안과 올해 3월 통과된 ‘K칩스법’ 등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8년까지 줄어드는 세입 규모는 총 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내년도 국세수입은 367조4000억원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예산안 편성 당시 예상치(400조5000억원)보다 33조원 이상 줄었다. 비과세·세액공제·소득공제 등 국세 감면액은 77조1000억원으로 예측돼 올해보다 7조6000억원 늘었다. 국세 감면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망가진 세입 기반 탓에 유례없는 수준으로 재정을 틀어막았음에도 재정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악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전망치는 92조원 적자로 추계되면서 적자 규모가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의 3.9%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정부가 건전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정준칙’의 관리 목표(-3%)를 이미 넘어선 적자 규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0%로 동결하더라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를 넘어선다”며 “3% 이하로 적자 비율을 관리하려면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설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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