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재개발 멈추며 방치된 골목…아이들은 '무방비 노출'
재개발 지역 중에는 철거 과정에서 집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거나 쓰레기로 뒤덮이는 곳들이 있습니다. 특히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이 매일 주변을 지나야 하는 곳이 문제입니다.
밀착카메라 조해언 기자가 직접 가봤습니다.
[기자]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빨간 철거 표시가 선명합니다.
[중학생 : 유리가 깨져있고, 철거가 적혀있고…저걸 굳이 무섭게 적었어야 했나.]
빈집 앞엔 쓰레기가 잔뜩 버려져 있습니다.
학교 가는 길입니다.
[김시우/초등학생 : 저녁에는 개들도 많이 다니는데, 걔네들이 상냥한 그런 개가 아니라 보이면 다가와서 울고…]
재개발 예정지 너머에는 초중고 등 학교만 8개가 있습니다.
학교를 오갈 때 이 길을 지나가야 합니다.
[백지윤/고등학생 : (소리 나면) 깜짝 놀라죠. 혼자 있을 때는. 누가 있는 것 같고. 튀어나올 것 같으니까…]
이 길은, 아이들이 원래 학교를 갈 때 지름길로 이용하던 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눈높이에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또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유리 조각이 밟힐 정도로 위험한 길이 됐습니다.
밤이 되면, 빨간 철거 표시는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금 전 누군가 여기 아예 차를 대고 난간 너머로 쓰레기를 버린 곳입니다.
여기 아래쪽을 보시면, 언제부터 버려진 건지 모를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악취도 심하게 납니다.
주민들이 지자체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합니다.
조합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구청 관계자 : 방범이라든지, 지속적으로는 하고는 있거든요. 사업 승인이 최근에 난 곳이라서 2~3개월 안에 이제 철거 진행하신다고…]
조합 측은 '재개발 지역은 다 이렇다'고 말합니다.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 이때까지 사건사고가 한 번도 없었어요. 학생들이 다친다든지 (사고가) 10년을 한 번을 없었는데…]
부산 시내에 빈집은 5000채 가까이 됩니다.
학교 다니는 길 바로 옆 빈집들이 걱정거리입니다.
[엄하은/초등학생 : 무섭고 불편해요. 다른 것들이 떨어져 있어서 다닐 때 넘어질 것 같아요.]
학부모들은 안전한 등하굣길을 바랄 뿐입니다.
[현애선/학부모 : 밤에는 아예 이제 이쪽으로는 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있거든요.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아이들의 바람도 크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 (철거 표시 대신) 나비, 나비 그리고 싶어요. 아름다우니까, 여기도 더 아름답게 변하라고…]
어른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이 길을 아이들은 매일같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아이들의 등굣길은 두려움으로만 기억될 겁니다.
밀착카메라 조해언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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