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재개발 멈추며 방치된 골목…아이들은 '무방비 노출'

조해언 기자 2023. 8.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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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개발 지역 중에는 철거 과정에서 집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거나 쓰레기로 뒤덮이는 곳들이 있습니다. 특히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이 매일 주변을 지나야 하는 곳이 문제입니다.

밀착카메라 조해언 기자가 직접 가봤습니다.

[기자]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빨간 철거 표시가 선명합니다.

[중학생 : 유리가 깨져있고, 철거가 적혀있고…저걸 굳이 무섭게 적었어야 했나.]

빈집 앞엔 쓰레기가 잔뜩 버려져 있습니다.

학교 가는 길입니다.

[김시우/초등학생 : 저녁에는 개들도 많이 다니는데, 걔네들이 상냥한 그런 개가 아니라 보이면 다가와서 울고…]

재개발 예정지 너머에는 초중고 등 학교만 8개가 있습니다.

학교를 오갈 때 이 길을 지나가야 합니다.

[백지윤/고등학생 : (소리 나면) 깜짝 놀라죠. 혼자 있을 때는. 누가 있는 것 같고. 튀어나올 것 같으니까…]

이 길은, 아이들이 원래 학교를 갈 때 지름길로 이용하던 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눈높이에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또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유리 조각이 밟힐 정도로 위험한 길이 됐습니다.

밤이 되면, 빨간 철거 표시는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금 전 누군가 여기 아예 차를 대고 난간 너머로 쓰레기를 버린 곳입니다.

여기 아래쪽을 보시면, 언제부터 버려진 건지 모를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악취도 심하게 납니다.

주민들이 지자체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합니다.

조합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구청 관계자 : 방범이라든지, 지속적으로는 하고는 있거든요. 사업 승인이 최근에 난 곳이라서 2~3개월 안에 이제 철거 진행하신다고…]

조합 측은 '재개발 지역은 다 이렇다'고 말합니다.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 이때까지 사건사고가 한 번도 없었어요. 학생들이 다친다든지 (사고가) 10년을 한 번을 없었는데…]

부산 시내에 빈집은 5000채 가까이 됩니다.

학교 다니는 길 바로 옆 빈집들이 걱정거리입니다.

[엄하은/초등학생 : 무섭고 불편해요. 다른 것들이 떨어져 있어서 다닐 때 넘어질 것 같아요.]

학부모들은 안전한 등하굣길을 바랄 뿐입니다.

[현애선/학부모 : 밤에는 아예 이제 이쪽으로는 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있거든요.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아이들의 바람도 크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 (철거 표시 대신) 나비, 나비 그리고 싶어요. 아름다우니까, 여기도 더 아름답게 변하라고…]

어른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이 길을 아이들은 매일같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아이들의 등굣길은 두려움으로만 기억될 겁니다.

밀착카메라 조해언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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