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흉상 철거는 매카시즘”…여당 일각 “뉴라이트” 비판
국민의힘 내서도 ‘당 극우화’ 우려…이준석 “백지화해야”
군이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 청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려 하자 정치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군은 육사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이전하려 했으나 논란 끝에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는 홍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매카시즘”이라며 반발했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백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9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홍 장군 묘역을 참배했다. 참배 일정은 예정에 없이 이날 오후 결정됐다. 이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이념전쟁을 선동하기 위해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즉시 철회하고 홍 장군에 대한, 또 독립운동과 독립전쟁에 대한 훼손을 멈추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홍 장군만을 이전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갈라치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홍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는 것이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북한이 생기기도 전에 소련공산당의 제복을 입었다는 것이 지금의 이념전쟁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정말 소가 봐도 웃을 일”이라며 “그분이 소련공산당의 제복을 입게 된 것은 항일독립투쟁의 효과적인 진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홍 장군 흉상 철거 문제에 침묵한 채 국방부와 육사 책임으로만 돌리는 대통령실 행태를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독립운동사 지우기에 대통령실이 진정 무관하다면 홍 장군 흉상 이전 철거를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홍 장군 흉상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홍 장군 흉상 철거는 보수 전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조선노동당 가입 전력은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당이 자꾸 이렇게 극우적으로 가도 되나”라고 토로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에게 모욕을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보수 진영의 보편적인 지향점이라기보다는 그저 일부의 뉴라이트적인 사관에 따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논란은 하루속히 접는 것이 좋다”며 “잘하는 거 하자. 백지화”라고 썼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부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 입장을 존중하면서 국민 여론을 챙겨보겠다”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국방부와 육사가 국민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탁지영·정대연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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