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고집’ 윤 정부, 건전재정·성장 다 놓쳤다

이호준 기자 2023. 8. 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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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656조9000억원 편성…증가율 2.8%로 20년 만에 가장 낮아
국세 33조 급감에 경기 위축 영향…R&D·교육 ‘미래 투자’ 대폭 삭감

내년도 총수입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산 증가율이 약 20년 만에 가장 낮은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출을 최소화했지만 국세수입이 크게 줄면서 재정건전성은 더 악화된다.특히 재정압박에 미래를 위한 투자인 연구·개발(R&D) 예산과 교육 예산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삭감됐다.

대규모 감세를 했지만 생각만큼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성장과 재정건전성 둘 다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예산인 2024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2023년 638조7000억원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원이다. 내년 예산안의 증가율 2.8%는 지난해(5.1%)의 절반 수준으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최소 증가폭이다.

정부가 지출 규모를 크게 낮춘 것은 총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61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는데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33조1000억원이나 급감한다.

국세수입이 급감한 것은 정부가 펼친 감세정책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감세 등을 통해 올해와 내년 2년간 13조7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했지만 수출 감소, 자산시장 위축이 이어지며 기대했던 세수 증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인세가 2023년 예산안 대비 27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6조원, 1조8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양도소득세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약자 복지 강화와 미래 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본질 기능 뒷받침 등 4대 중점 분야를 지정해 투자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들을 살펴보면 저출생 대응 예산이 두드러진다. 정부가 지원하는 육아휴직 유급기간을 현재 12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신생아 출산 가구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도 신설된다.

현재 월 70만원(0세 기준)인 부모급여는 100만원으로 오른다. 병사 월급은 165만원으로 35만원 인상되고, 장교와 부사관 단기복무장려금은 최대 300만원 늘어난다.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5000억원을 투입한다.

23조 지출 구조조정에도 ‘총선용’ 노인·일자리 예산은 대폭 늘려

지난해 24조원에 이어 올해 23조원의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도 실시됐다. 예산안 편성 시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 재검토해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했다는 설명인데, 이 과정에서 R&D 예산이 전년 대비 5조2000억원(16.6%) 줄었고, 교육 분야 예산도 6조6000억원(6.9%) 감소했다.

반면 ‘총선용’ 의혹을 받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4.6%)과 노인일자리 예산(31.5%)은 대폭 늘렸다.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재정 여건은 정부가 내세웠던 기준치를 밑돌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2023년 -0.6%에서 내년 -1.9%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빼서 계산한 관리재정수지는 2023년 -2.6%에서 내년 -3.9%로 1.3%포인트 더 나빠진다. 이는 정부가 건전재정을 위해 적자폭 상한을 정한 재정준칙의 ‘-3%’도 넘어선 수치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61조8000억원 늘어난 1196조2000억원으로 전망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에서 51%로 0.6%포인트 늘어난다. 공무원 보수는 내년 2.5% 인상된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같은 증가폭으로 2020년 이후 최대폭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하나하나 꼼꼼히 재검토해 낭비 요인을 철저히 제거하고, 절감한 재원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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