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15년째 집에만‥" 스스로 숨어든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뉴스데스크]
◀ 앵커 ▶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강력 범죄들의 가해자 중에 상당수가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지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부르는데요.
문제는 이들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게 맞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통계에도, 연구에도 잡히지 않은 채, 스스로 숨어든 이들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서 그 실태를 집중적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박솔잎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37살인 용경씨는 빌라에 혼자 삽니다.
1년 전 이사 온 이 집에 외부인을 들이는 건 처음,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김용경 (가명, 음성변조)] "청소를 했는데… 엄청 더러운데 미치겠네."
책상은 생활용품으로 덮혀 있습니다.
수건에 필기구, 먹다 남은 일회용기, 식재료를 산 영수증들입니다.
뭔가 주워담은 종이 상자가 가득합니다.
[김용경 (가명, 음성변조)] "(집 밖으로) 2~3주 안 나간 적도 있었고… 어디 가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외출은 집 앞 슈퍼마켓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 대학 졸업 직후 지난 15년간 집에만 머물렀습니다.
[김용경 (가명, 음성변조)] "좌절, 절망감이 심한 것 같아요. 자꾸 나이만 먹고 (구직 과정에서) 떨어지다 보니깐 자주…"
사회에선 용경 씨를, '고립·은둔 청년'이라 부릅니다.
[김용경 (가명, 음성변조)] "밖에 나가면 머리 아프고 눈 아프죠. 일단은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까… 걷는 것도 힘들고 다리가 후들후들거려서…"
괴로운 건 고립·은둔 청년들의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39살 아들 현우 씨가 돌연 방으로 들어간 건 4년 전.
디자이너를 그만 둔 뒤였습니다.
[정현우 어머니 (가명, 음성변조)] "가족들도 병들어 가고 있는 거죠. 식사도 외면하고 대화도 외면하고…"
그 사이 어머니는 아들을 딱 두 번 봤습니다.
[정현우 어머니 (가명, 음성변조)] "보지를 못하고 바퀴벌레처럼 도망가요. 어쩌다 이제 만나면 벽을 보고… 생사는 이제 밤이면 불이 켜지니까 불 켜지는 거로…"
또 다른 고립 청년 지영 씨의 집.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홍지영 아버지 (가명, 음성변조)] "걔는 그렇게 방에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우리가 웃으면서 생활할 수가 없잖아요."
고립·은둔 청년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도 없습니다.
최대 54만 명에 이를 거라는 추정만 있을 뿐입니다.
정부마저 올해 처음 실태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입니다.
[김혜원 교수/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자기가 잘못됐고, 자기가 부족하고 나약하다고 생각을 해요. 대부분 잘 살아가는데 자신이 도태되고 피하는 건 자기 잘못이다라고 생각을 해요."
이른바 '묻지 마 범죄'의 가해자와 달리, 쉽게 일탈을 시도하진 못한다는 겁니다.
[김혜원 교수/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묻지마 범죄자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굉장한 프레임을 씌우는 거죠."
그럼에도 여전히 따가운 세상의 시선, 이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공간으로 숨어 들어갑니다.
MBC뉴스 박솔잎입니다.
영상취재 : 박주영·고헌주·장영근·이준하 / 영상편집 : 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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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박주영·고헌주·장영근·이준하 / 영상편집 : 안준혁
박솔잎 기자(soliping_@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939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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