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맞춤형 정치 메시지’ 계속 만드는 챗GPT… “선거판 AI 파워,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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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 대선에서 인공지능(AI)이 미칠 위험을 가장 걱정한다"던 오픈 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의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가 올해 3월, 유권자를 속이는 데 AI가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특정 인구 집단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대규모 선거 캠페인 자료 생성'을 금지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어서다.
통제 불가능한 AI 선거 캠페인을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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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특정인구 겨냥한 가짜 뉴스 생성
'가장 저렴한 선거운동원' AI 규제는 전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인공지능(AI)이 미칠 위험을 가장 걱정한다”던 오픈 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의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가 올해 3월, 유권자를 속이는 데 AI가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특정 인구 집단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대규모 선거 캠페인 자료 생성’을 금지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어서다. 고삐 풀린 AI의 영향력이 선거판에서 속수무책일 만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자체 분석 결과, 챗GPT는 ‘교외 여성’이나 ‘시골 남성’과 같은 특정 인구 집단에 맞는 정치적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몇 달간 오픈AI의 금지 조치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대일 대화형 가짜뉴스’에 유권자 대혼란
WP에 따르면, 지금도 챗GPT는 명령이 무엇이든 즉각적으로 캠페인 문구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원칙상 금지된’ 명령에 해당하는 “40대 교외 여성들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메시지를 작성하세요” “20대 도시 거주자가 조 바이든에게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사례를 만드세요” 등의 요구를 척척 수행한 것이다.
후보자가 챗GPT로 연설문 초안을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되지만, 챗GPT를 활용해 특정 인구집단의 유권자 10만 명에게 보낼 10만 개의 메시지를 만드는 건 규정 위반이다. 챗GPT를 사용해 후보자를 대표하는 대화형 챗봇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례 없는 규모로 ‘일대일 대화형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유권자를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가장 저렴하고 완벽한 선거운동원'
선거에서 챗GPT의 쓰임새는 △유권자 명부 분석 △이메일 리스트 작성 △연설문이나 광고 초안 작성 △토론에 대비한 답변 검색 등으로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하다. 몸값이 비싼 데이터 분석가나 선거 전문가를 고용할 필요가 없어 예산이 절감되는 것이다. '가장 저렴하지만 완벽한 선거운동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등 가짜 뉴스를 만들 때에도 과거처럼 고도의 기술이나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 시장 선거에 나선 한 후보는 “거리의 노숙자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AI가 만든 사진을 활용해 논란이 됐다. 노숙자로 가득 찬 황폐한 거리를 담은 가짜 사진이었는데, 유권자들은 실제 상황으로 믿었다. 자신의 공약을 합리화하기 위한 가짜 사진에 유권자들은 더 교묘히 속는 것이다.
AI의 영향력은 막강해지는 반면, 이를 규제할 수단은 여전히 전무한 상태나 다름없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AI가 생성한 정치 캠페인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제 불가능한 AI 선거 캠페인을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나온 대책이라곤 지난달 21일 백악관이 가짜 뉴스를 사전에 막기 위해 오픈 AI,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에 "AI를 활용해 만든 콘텐츠에 자발적으로 워터마크를 넣으라"고 권고한 게 전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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