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핵 평화적 이용의 허구를 입증한, 일본 핵 오염수 방류
지난 24일 1996년 런던협약 이후 최초로 역사적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자행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오염수 방류에 착수했다.
지난 5월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참가국 정상들의 ‘환영 성명’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독립적 검증을 지지한다는 성명은 받아냈다.
IAEA의 독립적 검증 결과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검토보고서는 일본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7월4일 제출했고, 일본의 해양 방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IAEA의 최종보고서는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최종보고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를 해양 방류(Discharge)하는 과정의 국제안전기준 부합성을 평가하는 기술적인 검토(review) 결과와 확인 사항(findings)을 제시”한다고 기재했다. IAEA 국제법 시리즈 1번인 ‘사용후핵연료 및 핵폐기물의 안전 관리 조약’에 따르면 보고서에 적힌 ‘Discharge’는 규제받는 정상 운전 중인 핵시설에서 규제 한도 이내의 방사성 액체 또는 가스의 적법 절차에 따른 배출로 정의한다. 그러나 ALPS는 규제받는 핵시설이 아니며, 정상 운전 중인 원전에서 배출하는 오염수도 아니다.
둘째, 타국 보호는 IAEA의 ‘핵폐기물 관리 기본원칙’ 9가지 중 하나이지만, “엄격히 통제하여 배출하는 오염수만 평가한 결과 미미한 방사능 수준이라서 주변국 영향이 없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이미 원전 사고로 방대하게 오염된 곳이다. 여기에 ALPS를 거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오염수의 꾸준한 배출이 추가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감안하지 않고 있다.
셋째, 2016년 발행된 ‘사고 지역 핵폐기물 관리’ 문제를 검토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연구보고서는 “이해당사자 우려 때문에 사고 후 액체 방사능이 제한치 이내라고 하더라도 배출은 매우 어렵다”고 기술하며 “사고에 대비해 사전에 충분한 저장시설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을 위한 5가지 배출 선택사항에 대한 경제성을 평가했다고 주장하지만, IAEA 최종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없다.
넷째, 일본 정부의 배출계획에는 사고 이후 방사능 배출 총량을 바탕으로 한 해양생태계의 장기적 영향평가가 없으며 시료 또한 연안 어종에 국한하고 있어 환경에 대한 국제적 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다. 그럼에도 IAEA는 도쿄전력이 내놓은 오염수 핵종분포와 시료 등 기본 데이터조차도 검증하지 않았다.
다섯째, 최종보고서에서 “ALPS 성능 문제와 IAEA 국제기준에 따른 오염수 배출의 정당화(Justification)는 일본의 책임”이라고 기술했지만, 정당화를 위한 권고조차 없어 핵폐기물 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당화 국제안전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사고 후 핵시설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통제된 배출을 허용하는 국제안전기준은 없으며 모든 국제법에서 이를 금지한다. 일각에서는 IAEA가 일본 정부의 돈을 받아 일본이 원하는 용역보고서를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IAEA는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기구가 아닌 공해 오염의 공범자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윤리위원회는 “핵의 평화적 이용은 최소한 독일에서는 “허구(not true)”라고 결론짓고 탈원전 정책을 본격 추진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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