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전쟁으로 번진 오염수... 中 욕설 항의에 日도 맞불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중국인들이 항의 전화를 일본 현지 식당 등에 걸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중국 대사관에 ‘맞불’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29일 일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시작 이후 일본 관공서와 병원, 식당, 숙박업소 등에는 중국 국가번호인 ‘86′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이후 4일 동안 같은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6000통 이상 받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도 지요다구 관공서에도 28일 저녁까지 중국 국가번호로 표시되는 번호로 1000통 이상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전화 내용은 전자 음성으로 변환된 목소리로 “왜 오염수를 방류하는가”라고 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지요다구 측은 “이로 인해 구민들을 위한 서비스에 지장을 초래해 매우 폐가 된다”며 “그만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의 한 라면가게에는 지난 27일까지 ‘86′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1000통에 달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가게 사장은 “전화를 받으면 ‘쇼리스이(처리수)’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며 “착신 거부를 해도 다른 번호로 걸어온다. 영업 중인데 대응하기 힘들어서 전화 선을 뽑아버렸다. 얼른 멈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사장을 인터뷰한 일본 NNN(일본뉴스네트워크) 측은 가게에 걸려온 번호 중 하나로 다시 전화해 “왜 일본에 전화를 걸었느냐”고 묻자, 중국어로 “대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유명 관광지인 미야기현 자오 여우마을에도 비슷한 전화가 사흘간 100통 이상 왔다. 여우마을 측은 “‘바카(바보)’라고 하거나 ‘죽어’라며 폭언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여우마을 사무소 전화기에는 ‘86′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주의 문구가 붙었다. 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도 많은 곳인데 매우 유감스럽다”며 “여기에 전화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도쿄의 한 찻집에는 아이 목소리와 성인 여성 목소리 등으로 변환된 목소리로 “바카야로(바카), 바카야로!”, “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나?” 등 내용의 전화가 다수 걸려왔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는 이 같은 전화를 거는 영상이 유행하고 있다. “도쿄에 전화해보자”라는 제목의 한 영상을 보면 중국인 남성은 스마트폰 지도 앱에서 무작위로 한 번호를 선택해 전화를 걸어 “모시모시(여보세요). 왜 오염수를 바다에 버렸나”라고 말한다.
한 중국인 남성이 일본 관공서에 국제전화를 걸어 “왜 오염수를 방류했냐”고 묻자 전화가 끊어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이 영상은 게시 3일 만인 이날 기준 좋아요 수 8만 6000개 이상, 댓글 2만 4000개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전화 폭탄에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측 국민에게 냉정한 행동할 것을 호소하는 동시에 (중국 정부에)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 측 표현)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인들도 일본 내 중국 대사관에 ‘맞불’ 성격의 항의 전화를 걸고 있다고 한다. 우장하오 일본 주재 중국대사는 최근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과 영사관에 최근 일본 국내에서 온 대량의 ‘소란 전화’를 받았다”며 “이는 대사관·영사관의 정상적인 운영에 엄중한 방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측은 일본 주재 중국 영사관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해 중국은 일본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일본이 할 일은 핵 오염수를 방류하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우려에 성실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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