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금속공예가 조문기, 정과 망치의 마술
[KBS 창원] 단단한 동판에 오직 정과 망치로 정교한 문양을 새깁니다.
[조문기/금속공예가 : "(망치와 정) 두 개하고 은 선하고 있으면 되죠. 처음에 이렇게 조각 정을 써 보면 조각 정이 잘 부러져요. 깊이 조절과 각 조절이 안 되면..."]
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세밀하게 전통을 조각하며 조문기 씨는 금속에 마술을 부립니다.
김해 도심에 자리한 작은 공방.
벽면 가득한 작품들은 모두 금속을 조각한 결과물입니다.
고려시대 불화인 수월관음도는 금속공예 조각기법에 상감으로 은을 새겨 넣어 표정과 미려한 옷 선을 살려냈습니다.
[조문기/금속공예가 : "조각하고 상감하고 개금하고 6개월에서 한 1년 정도 (걸리고) 은이고 밖에 선은 금 선이고..."]
역시 상감기법으로 제작한 금강산도는 염화제이철로 부식시켜 입체감과 자연스러운 질감을 표현했습니다.
전통공예를 지켜온 장인들이 사라지는 시대, 수요가 뜸해도 금속공예를 잇는단 마음으로 그는 35년째 공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조문기/금속공예가 : "특히 금속공예는 거의 지방 쪽에는 많이 없죠. 몰라서 안 하는 사람도 있고 또 힘들어서 안하는 사람도 있겠죠.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안 하는 사람도 있겠고..."]
30년을 훌쩍 넘긴 나무 도움대, 머리맡의 손때 묻은 연장과 작업대에 그의 인생이 다 담겨 있는데요.
정과 망치만으로 문양을 새기고 입체감을 더하는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합니다.
[조문기/금속공예가 : "소나무 하나하나의 층을 미세한 걸 잡기 위해서 조각 정을 수시로 많이 바꿔 써야 됩니다. 쪼이 기법에서 쪼이질 된 부분 말고 다른 부분을 다져주면 이렇게 입체감이 여기는 내려가고 여기는 입체감이 반대로 올라오거든요."]
전통 타출기법으로 입체감을 끌어올린 지휘용 장도를 비롯해 봉황문을 상감한 칼집, 조각으로 멋을 더한 주전자와 은과 금을 상감한 주병과 항아리, 도자기에 금속공예를 접목한 찻잔까지 생활에 쓸 수 있도록 응용한 공예품도 그의 섬세한 손끝에서 나왔습니다.
[조문기/금속공예가 : "오른쪽 것은 조각을 해서 금박을 개금해서 금박을 붙인 거고 왼쪽은 이것처럼 그냥 조각을 해서 은 선을 박아서 은이나 금을 박아 넣은 것이거든요. 이게 상감기법인데..."]
각각 조각 기법과 상감 기법으로 만든 대금 청 가리개입니다.
상감은 조각보다 열 배 더 손이 많이 가는데요.
상감 전용 평정으로 조각한 뒤 은 선이 잘 박히도록 세밀한 홈을 내고 다질정을 두드려 문양을 고정합니다.
[조문기/금속공예가 : "이 정은 상감정 또는 평정이라고 하는데 조각할 때 사용하고 그 다음에 이 정은 은 선을 박아 넣을 때 사용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정은 은 선을 마무리할 때 끊어내거나..."]
사포질과 착색 등 남은 공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고된 작업.
[조문기/금속공예가 : "옛날에 수묵화를 보면 이렇게 매화를 사군자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을 했잖아요. 그 느낌을 현대 공예품에 가져오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표현을 해봤습니다."]
세한도를 금속으로 재해석하고, 주물 작업으로 빚은 매화로 입체감을 더하면서 그는 금속공예를 알리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름 모를 장인이 만든 민속품에 당초 문양 상감을 더해 세상에 하나뿐인 화로가 나왔습니다.
[조문기/금속공예가 : "이런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은데 이런 향로에 이 정도의 수준이 되는 향로를 만드시는 분을 못 찾다 보니까 이런 작업을 많이 못하고 있죠. 계속 이렇게 작업을 하다 보면 한 단계 한 단계 더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옛것에 새것을 더하며 금속공예를 지켜온 장인의 손이 어떤 금속보다 단단하게 빛납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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