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예산] 'R&D 7조·보조금 4조' 20조대 재구조화…특활비 일부 감액(종합)
과기정통부 "실질적 R&D 예산 감축 규모는 3조4천억원"
유사중복·집행부진 보조사업 40여개 '타깃'…구조조정 세부내역 비공개
과기정통부 "실질적 R&D 예산 감축 규모는 3조4천억원"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조승한 기자 = 정부가 2년 연속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효율적인 지출을 정비해 재정 누수를 막고 미래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 선별 지원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과 보조금, 특활비 지출 등이 감액됐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구조조정 사업 목록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23조 지출 구조조정…"소규모 사업도 철저 점검"
정부는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24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군살 빼기'에 주력한 모양새다.
구조조정 대상은 보조사업 연장평가에서 민간 수행이 바람직한 사업으로 평가되거나, 국회에서 집행 부진으로 예산 규모 조정 의견이 나온 사업, 감사원·기획재정부 점검에서 부정수급과 부적정 집행 등이 적발된 보조금 사업 등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모든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하고자 노력했다"며 "소규모 사업이라도 철저하게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의 예산이 감액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향후 국회에 제출되는 예산서를 통해 사업별 증감 내역을 따져보면 구조조정 세부 내역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역 공개에 따른 정치·사회적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검증을 사실상 회피하는 '깜깜이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R&D 예산 31.1조→25.9조…'성과 창출형' 개편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40개 이상의 사업 예산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권 카르텔'과 비효율성 문제가 지적된 R&D 예산이 주요 타깃이 됐다.
R&D 예산은 2018년 19조7천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20조5천억원, 2020년 24조2천억원, 2021년 27조4천억원, 2022년 29조8천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0.9%에 달했다.
정부는 이처럼 꾸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나눠먹기식 소규모 R&D 사업이 난립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019년 653개였던 R&D 사업은 올해 1천254개로 증가했다. 4년 만에 2배 가까이 사업 수가 늘어난 것이다.
국내 연구진·자금 중심의 폐쇄적인 연구 체계도 문제로 꼽혔다. 연구비 중 해외 재원 비중(2019년 기준)을 보면 영국 14.5%, 프랑스 8.1%, 독일 7.4% 등이었지만 한국은 1.6%에 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비효율적인 R&D를 구조조정하고, 도전적·성과 창출형 R&D에 예산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 R&D 분야 예산은 25조9천152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31조778억원과 비교하면 5조1천626억원(16.6%)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7조원가량의 R&D 예산이 정비됐다고 밝혔다. 2조∼3조원은 다른 사업으로 이관했고, 4조∼5조원은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R&D 예산 중 제대로 된 사업성과를 내고 기술격차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지금까지 R&D 예산을 배분하던 틀을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R&D 예산 감축분 중 1조8천억 원은 교육·기타 부문 R&D를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 R&D 예산 감축 규모는 3조4천억원(10.9%)이라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보조금도 4조원 줄어…특활비도 일부 감액
보조금 사업도 구조조정 도마 위에 올랐다. 관행적인 지원 증가로 보조사업이 지속해 늘면서 집행·관리상 문제 등 누수 요인이 다수 지적됐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보조사업 전반을 점검해 보조금 예산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유사 중복·집행 부진·지자체 수행 사업은 전달 체계를 재구조화한다. 가령 학교 스포츠·예술 강사에 지원 사업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지방 교육재정을 통해 수행하도록 바꾸는 식이다.
부정 수급이나 회계 관리 미흡 등 부당하게 집행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보조금 연장 평가 결과와 외부 기관의 지적도 예산 편성에 적극 반영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4조원가량의 보조금을 내년 예산안에서 사실상 삭감하기로 했다.
부처별 특별활동비(특활비)도 정비 대상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특활비를 원점 재검토해 일부 감액했다"며 "주요 국가 안보, 수사, 국정 관련 사업 중 비밀 유지가 필요한 사업 중심으로 적정 소요를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지역화폐 예산은 올해 예산안에서 빠졌다. 효과가 개별 지방자치단체에 한정되는 고유 사무인 만큼, 국가 재정이 아닌 지방 재정으로 지원해야 할 영역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추가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국회에서 여야 대립 끝에 3천525억원이 편성됐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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