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슈에 거리 두던 여당, '이전 찬성'으로 기류 변화

당 스피커, 일제히 찬성에 가까운 목소리
기류 변화 배경엔 재향군인 등 보수 지지층 요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놓고 여권 내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거리를 두던 것에서 이제 찬성에 가까워졌다. 재향군인 등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흉상 이전을 요구하며 가세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취재진과 만나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저희가 여당이니 일단 정부 입장을 존중하면서 국민 여론을 잘 수렴해보겠다"고 했다. 흉상 이전을 주장하는 국방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당 스피커, 일제히 찬성에 가까운 목소리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원래 육사에 있던 흉상을 독립운동가로서 그분의 자취를 생각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사안이었는데 그것이 철거라는 잘못된 프레임으로 논란이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YTN 라디오에서 "홍 장군은 독립운동을 해서 기여하신 바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는 것이고 철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홍범도 장군의 공을 보다 알맞은 곳에서 기리고, 육사와 국방부는 대북 주적관을 명확히 하자는 게 어째서 역사 논쟁이나 이념 논쟁으로 비화되는지 모르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기류 변화 배경엔 재향군인 등 보수 지지층 요구

이런 기류 변화는 보수 지지층의 요구와 무관치 않다. 3성 장군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군 장성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등 90여 개 군 관련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육사 내 공산주의자 홍범도 흉상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6·25전쟁, 베트남 파병, 대침투 작전, 해외파병 등의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한 영웅들을 모시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기념물 교체를 요구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도 “그분이 입은 군복 자체가 소련군 군복”이라며 “육사는 앞으로 북한군과 싸워야 할 정체성이 뚜렷하고 주적 개념이 뚜렷한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흉상 이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상황은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 표심을 흔드는 것은 물론, 자칫 보수 진영 내 균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김태흠 충남지사), "보수 진영의 보편적인 지향점이라기보다는 그저 일부 뉴라이트적 사관에 따른 행동”(이준석 전 대표) 등 여권 내 이견도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대다수 국민들이 대표적 독립운동가라고 여기는 홍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를 띄워서 얻는 실익이 불분명하고,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활동 경력이 부각되는 등 부작용은 뚜렷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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