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9년 만의 초긴축 예산안, 상저하저 경제·미래 설계 안 보인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656조9000억원 규모로 확정했다. 올해보다 2.8% 늘어난 예산은 증가율이 2005년 정부가 재정 통계를 정비한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다. 정부의 내년도 경상 경제성장률 전망치 4.9%를 크게 밑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년보다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 속에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악화 폭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건전재정을 표방했지만, 엄밀히는 ‘역대급 세수 감소’ 그늘 속에서 ‘역대급 초긴축 예산’을 짰다는 뜻이다. 재정 역할이 대폭 축소된 예산으로 한국 사회에 닥친 경기 둔화와 저출생·고령화, 양극화 등 과제를 제대로 헤쳐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7조원 줄였다. 7.3% 늘어난 환경부 예산도 기후재난·물관리에 집중되고, 온실가스 감축은 뒷전으로 밀렸다. 2030년까지의 탄소감축 계획 75%를 임기 후로 미룬 여파다. 경기 침체 속에서 상대적으로 미래를 설계·대비하는 예산이 홀대받은 것이다.
국방부 예산은 4.6% 늘고, 통일부 예산은 남북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23%나 격감한 것도 주목된다. 시민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 대책을 여전히 남북 간의 평화적 긴장 해소보다 힘에 의한 대치로 설정한 셈이다. 12.2%나 늘린 122조원 규모의 내년 복지 예산엔 시혜성 항목이 대다수이고, 실업급여·실업부조 등 고용안전망 예산은 감소했다. 건전재정을 표방하면서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4.6% 늘린 것은 내년 총선을 겨낭한 것이란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긴축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재정건전성은 더 나빠지게 생겼다. 국가채무는 1200조원을 목전에 두게 됐고,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92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적자폭은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한도(3.0%)를 넘어서게 돼 정부로선 스스로 만든 기준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정부·여당이 마냥 ‘부자 감세’만 고수하고 있을 때인지 묻게 된다.
올해 경제는 상저하저가 예상되고, 내년에도 국내외 여건상 경기 회복 기대가 높지 않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부가 지금 긴축 예산을 할 상황인가. 정부는 재정 역할을 키워 민생과 취약계층을 더욱 살펴야 한다. 국회도 힘 떨어진 경제 펀더멘털 회복과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고 정부 예산안을 철저히 심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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