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칼럼] 아름다운 손

2023. 8. 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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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손이 참 못생겼다.

항상 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손등에 핏줄도 도드라지고, 손톱은 항상 짧게 잘려있다.

관절마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손가락과 거북이 등껍질과 같은 건조한 손등은 할머니의 고단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손이 참 곱다. 손이 참 따뜻하네." 그리고 당신을 돌봐주어 고맙다며 내 손을 두드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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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행정파트.

필자는 손이 참 못생겼다. 항상 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손등에 핏줄도 도드라지고, 손톱은 항상 짧게 잘려있다. 한겨울이 되면 손 소독제의 알코올과 잦은 손 씻기로 인해 항상 까슬까슬 허옇게 일어나곤 했다. 앰플 조각에 베인 상처, 볼펜 잉크가 묻어 물든 검은 손가락은 훈장과도 같이 함께했다.

어느 날 치매에 걸린 80대 할머니 환자분이 입원했다. 독거노인이던 할머니는 추운 겨울에 잘 먹지도 못하고 혼자 추위를 견디느라 저혈당 쇼크가 온 상태였다. 입원하자마자 바짝 마른 몸에 환자복을 입히고 정맥주사를 잡기 위해 손을 보았다. 관절마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손가락과 거북이 등껍질과 같은 건조한 손등은 할머니의 고단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의식이 혼미한 할머니에게 "할머니도 고생 참 많이 하셨네요" 하며 정맥주사를 놨었다. 그리고 휴일을 보내고 다시 출근했을 때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할머니는 그날 일반 병실 전실 예정이었다. 그날 아침 처음으로 일반식을 드신다는 생각에 아침 식사 시간을 아이처럼 기다리고 계셨다. 아침 식사가 나오고 할머니는 수저를 들어 국 한술을 뜨셨다. "아이고 따시다…." 할머니의 첫 마디였다. 그러고는 아침 약을 준비하던 나를 빤히 쳐다보신 후 이리 와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할머니에게 다가가 "식사 맛있으세요?"하고 물었다. 할머니는 "맛나지. 누가 이 늙은이한테 코앞까지 밥상을 챙겨주나. 호사지 호사"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손 소독제를 비비고 있던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손이 참 곱다. 손이 참 따뜻하네." 그리고 당신을 돌봐주어 고맙다며 내 손을 두드리셨다. 그날의 내 손은 거칠고 알코올 손 소독제가 묻은 차가운 손이었는데 할머니는 나에게 따뜻한 손을 가졌다며 고마움을 전하셨다.

'사람의 손은 그 주인의 인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손의 굴곡이 인생의 굴곡을 나타낸다 생각했다. 손의 질감이 그 주인의 고단함이라 생각했다. 그건 필자의 짧은 생각이었다. 손의 겉모습이 아닌 손에 담겨있는 마음이 마주하는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이었다.

간호사의 손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치유의 손'이다. 손 축복식을 하며 우리는 그 의미를 마음에 다시 한번 새긴다. 누구나 가진 손이지만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함과 에너지는 받는 사람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호소력은 그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 강할 때가 있다. 우리는 그 일을 해내고 있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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