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0억 보장-로마 주급 1위...'참스승' 무리뉴, '배신의 아이콘' 루카쿠에 3번째 손짓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로멜로 루카쿠는 첼시에서 다시 한번 실패를 맛보게 됐다.
첼시 내부 정도에 능통한 영국 '텔레그래프'의 맷 로 기자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첼시는 루카쿠를 이번 시즌 임대로 AS로마로 합류시키는 계약에 동의했다. 4일 동안의 치열한 협상 끝에 첼시, 로마, 그리고 루카쿠는 계약이 마무리되어 이탈리아 복귀하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마도 적지 않은 출혈을 감내했다. 로마는 루카쿠의 높은 연봉을 모두 부담하며 동시에 500만 파운드(약 83억 원)의 임대료까지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루카쿠의 주급은 32만 5천 1파운드(약 5억 43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로마의 최고 주급자인 파울로 디발라가 11만 6천 파운드(약 1억 9370만 원) 정도를 수령한다는 걸 감안하면 루카쿠의 연봉 전액을 부담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에 루카쿠는 자신의 연봉을 조금 낮추기로 결정했다. '텔레그래프'는 "루카쿠는 로마에서 시즌당 600만 파운드(약 100억 원)보다 조금 높은 연봉을 벌게 된다. 단 12개월 안에 첼시로 복귀하게 될 경우에 추가 삭감까지 진행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주급을 낮춰도 로마에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 선수가 되는 셈이다.
영국 '가디언' 등에서 활동하며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 또한 "10개월 동안 약 640만 파운드(약 107억 원)의 급여가 보장된다. 선수 측에서도 그린라이트가 나왔고, 던딜이다"라고 전했다.
첼시는 루카쿠를 어떻게든 처분하기 위해 완전 이적 가능 조항도 삽입했다. 첼시가 책정한 방출 이적료는 3700만 파운드(약 617억 원)다. 첼시가 루카쿠를 영입할 때 지출했던 9700만 파운드(약 1619억 원)의 절반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첼시는 루카쿠를 매각하기 위해 손해를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첼시가 손해를 보는 장사를 결심한 이유는 루카쿠 매각 작업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첼시에서 제2의 디디에 드록바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됐던 루카쿠는 끝내 첼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에버턴과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임대를 떠나서 보여준 파괴력이 첼시에서는 구현되지 못했다.
결국 2014-15시즌 도중에 첼시에서 에버턴으로 완전 이적했다. 에버턴 이적 후에는 날아다녔다. 2015-16시즌에는 리그에서만 18골 7도움을 기록하면서 에버턴의 에이스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6-17시즌에는 더 폭발했다. 리그 25골 6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면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루카쿠를 전격 영입했다. 이때 루카쿠 영입을 원했던 인물이 바로 조세 무리뉴 감독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시절에도 루카쿠를 지도한 적이 있다. 당시 맨유는 루카쿠를 영입하기 위해 약 7250만 파운드(약 1210억 원)를 투자했다. 출발은 좋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맨유에서는 루카쿠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돈값을 해주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도 맨유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밀려나기 시작한 루카쿠는 이적을 원했다.
빅클럽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라는 딱지가 붙기 시작한 루카쿠를 데려간 구단은 인터밀란이었다. 인터밀란에서의 루카누는 대단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지도를 받은 루카쿠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폭격했다. 2019-20시즌 리그 23골로 득점 3위, 2020-21시즌 24골 10도움으로 세리에 최고 선수상까지 수상했다. 인터밀란이 11시즌 만에 스쿠데토를 차지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였다.
그러자 첼시가 다시 한번 루카쿠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시 기준으로 EPL 역대 최고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9700만 파운드를 쾌척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첼시 역사상 최악의 선택 중 하나였다. 진정한 드록바의 후계자가 되어서 돌아온 줄 알았지만 루카쿠는 첼시에서 프로다운 행동도 보여주지 못했다.
비판에 시달린 루카쿠는 노골적으로 인터밀란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결국 첼시는 루카쿠를 인터밀란으로 임대를 보냈다. 2022-23시즌 루카쿠는 인터밀란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쳤고,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했다.
첼시는 루카쿠를 매각하길 원했고, 인터밀란은 루카쿠를 저렴한 이적료로 데려오고 싶었다. 루카쿠도 공개적으로는 인터밀란행만을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놀랍게도 루카쿠는 물밑에서는 유벤투스와 접촉하고 있었다. 논의의 수준도 꽤 심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인터밀란은 배신감을 느꼈다.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 메르카토'는 지난달 20일 "루카쿠는 인터밀란으로 복귀하기 위해 한 달간 협상의 주인공이었으나, 유벤투스와 비밀스럽게 접촉하면서 인터밀란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그에게 스스로 큰 자책골이 됐다"고 보도했다.
하비에르 사네티 인터밀란 부회장까지 나서서 루카쿠를 비난했다. 그는 "루카쿠는 우리를 배신했고, 매우 실망스럽다. 우리는 루카쿠한테 직업적으로나, 사람으로서나 완전히 다른 행동을 기대했다"며 루카쿠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유벤투스 팬들이 라이벌 구단인 인터밀란에서 뛴 루카루 영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유벤투스는 두산 블라호비치를 첼시로 보내는 대신 루카쿠와 현금을 받아오는 거래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팬들의 격한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
이후 루카쿠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관심을 받았지만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첼시는 이적시장 초반 2600만 파운드(약 433억 원)를 제안한 인터밀란의 조건을 거절했다. 알 힐랄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제안했지만 루카쿠는 이번 여름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루카쿠를 완전 영입하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자 첼시는 임대 제안도 수용하기로 입장을 바꿨고, 로마가 접근했다. 연봉 및 개인 조건부터 임대료, 완전 이적 이적료까지 모든 부분이 까다로웠지만 양 측은 결국 합의에 성공했다. 루카쿠는 곧바로 이탈리아로 넘어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한다.
무리뉴 감독 밑에서 루카쿠는 2번이나 실패를 거뒀다. 첼시 시절에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고, 맨유 시절에는 돈값을 해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무리뉴 감독은 루카쿠에게 또 한번 손을 내밀었다. 무리뉴 감독과의 3번째 재회가 루카쿠 선수 인생 커리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해졌다.
사진=풋볼 데일리, 칼치오 메르카토, 스카이 스포츠, 게티이미지, 90MIN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