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학생들에게 보내는 사랑, 편지

김남은 대전신탄진고 교사 2023. 8. 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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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사로서 나는 '쓰기 활동'을 매우 긍정하는 편이다.

나의 지난 교직 생활을 돌아보면, 교단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학생들에게 편지를 썼다.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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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은 대전신탄진고 교사

국어 교사로서 나는 '쓰기 활동'을 매우 긍정하는 편이다. 또 나는 마음을 담는 매체로 말보다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 말의 감동은 순간에 타오르고 사라지지만 글의 감동은 내가 그 글을 가지고 있는 한 비교적 온전하게 보전된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를 써서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했던 것은 '편지 쓰기'이다. 나의 보물 1호는 지금까지 주변인들로부터 받은 편지를 다 모아 놓은 상자이다. 10년 전 교단에 서게 된 이후로 그 상자에는 학생들이 써준 편지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박준 시인은 수필집에서 편지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듣고 보니 너무나 맞는 말이다.

나의 지난 교직 생활을 돌아보면, 교단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학생들에게 편지를 썼다. 담임을 할 때면 꼭 종업식, 졸업식에 학급 학생 모두에게 A4 한 장짜리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편지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대개 졸업하고 난 뒤 종종 꺼내 보았다는, 힘과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감사 인사였다. 한 학생은 졸업한 지 5년이나 지나서 방 정리를 하다가 편지를 찾았다며 답장의 일환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제는 뭐라고 썼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편지가 시간을 초월하여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

올해에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패들렛 페이지에 편지를 써서 단톡방에 링크를 걸어두면 학생들은 언제든 들어가서 볼 수 있다. 편지를 쓴 직후에는 단톡방에 편지 봉투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내면 즉시 첫 번째 구독자가 나타난다. 이 편지는 학급 모두에게 쓰는 편지인 만큼 마음에 가서 꽂히는 힘은 약할 테지만 나의 사랑과 진심을 가랑비처럼 부어줄 순 있다. 오늘도 우리 반 학생들은 나의 사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을 하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보내는 사랑을 쓸 예정이다. 김남은 대전신탄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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