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독립운동사 전문가’ 없이 흉상 이전 논의

구현모 2023. 8. 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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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육사 총동창회는 29일 논란이 불거진 뒤 처음 흉상 이전 찬성 입장을 발표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육사는 올 초부터 '학교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를 꾸려 흉상 이전 등을 논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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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사 연구 교수 등만 참여
학계 “역사 맥락 파악 어려워” 지적
육사 총동창회, 이전 찬성 입장문
이재명 “실정 감추려는 갈라치기”
보훈단체, 30일 정율성 반대 집회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육사 졸업생들 사이에선 ‘이전을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반면 ‘충분한 공감대 없는 이전 강행은 안 된다’는 반대도 여전하다.

육사 총동창회는 29일 논란이 불거진 뒤 처음 흉상 이전 찬성 입장을 발표했다. 동창회 측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육사 영내에 조형물 설치 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장군이 소련(현 러시아)으로 넘어간 독립군 무장해제 과정에서 많은 독립군이 희생된 자유시 참변 재판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이후 소련군 편입 등의 행적이 밝혀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동창회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인물이 (육사 조형물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인물의 흉상에 육사 생도들이 거수경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육사는 올 초부터 ‘학교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를 꾸려 흉상 이전 등을 논의해왔다. 6·25전쟁사를 전공한 교수 등이 위원회에 참여했으나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교수는 빠졌다. 흉상 이전 검토 과정에서 독립운동 전문가들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역사학)는 “역사학계는 그 분야를 연구한 사람이 아니고선 그 당시의 맥락을 파악해 평가하기 어렵다”며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서 독립군을 소탕한 것처럼 말하는 것부터 전문성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한 입장을 밝힌다면 그 논의에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를 포함해 지금까지 이 문제와 관련해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립대전현충원 내 홍 장군 묘역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흉상 이전에 대해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이념전쟁을 선동하기 위해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서울 노원구는 9월 초 개최하기로 했던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노원구는 구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9월 9일로 예정됐던) 우호의 날 행사는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부득이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율성 공원 기념사업 반대 집회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28일 광주 남구 정율성로 인근에서 정율성 공원 기념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시가 조성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과 관련해선 전국 보훈단체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단체 일부가 30일 공원 조성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 개최를 예고했다. 광주 출신 정율성은 일제강점기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6·25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군을 위한 위문공연을 주도했다.

구현모·곽은산·최우석·구윤모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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