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긴축’ 역대 정권과 차별화… 내치도 가치 중심 [2024년도 예산안]

이현미 2023. 8. 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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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조 선명성 앞세운 尹
1000조 넘어선 국가부채 지적하며
총선 실탄 ‘선심성 예산’ 차단나서
역사논쟁부터 日 오염수 등 현안까지
‘애매한 봉합’ 대신 입장 분명히 해
자유민주주의 이념 맞게 운영 의지
국무위원에 “통합위 정책 반영” 서신
野, ‘前 정부 부실기업’ 비유에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불과 7개월여 앞두고 확장재정의 유혹에서 벗어나 건전재정 기조를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역대 대통령과는 선명하게 다른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는 빚을 내서라도 돈을 푸는 역대 정권의 정치 문법을 배격하고 원칙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지원 더 두텁게”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4년도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정율성·홍범도 논란 등 역사 논쟁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 등 현안까지 좌우 대립 사안을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맞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도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면모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한 사실을 지적하며 “선거(용) 매표 예산을 배격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여권은 큰 선거를 앞두고 확대 재정을 펴며 전국 각지에 이를 고루 살포해왔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를 여권의 선거 전략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만 재정은 무책임한 정치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여권의 실탄을 줄이는 이례적 결단이 이뤄지게 됐다.

지난 정부에선 21대 총선을 앞두고 2020년 총수입(482조원)보다 31조5000억원을 더 푸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을 2019년 발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중심의 외교처럼 일반 국정운영도 가치 중심으로 선명하게 선 긋고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연찬회에 이어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맹종 세력,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과, 선전 선동으로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고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공산전체주의의 생존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전해 우리의 통일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연일 이러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국가관과 ‘통치 스타일’을 굳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 논쟁부터 현안까지 ‘애매하게’ 봉합하며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외교도, 내치도 ‘애매하게’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과 시민사회 안에 일부 친북 세력이 존재하고 이들이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와 광우병 논란 등을 주도하는 등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최근 ‘공산전체주의 세력’ 등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일을 해도 24시간 트집 잡고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반만 해도 야권과의 통합과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이를 주문했지만, 이제는 국가관이 다른 세력은 애초에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세력과 똘똘 뭉쳐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고 반대편의 다름이 정율성 논란처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용인할 수 없는 성격일 경우 통합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역사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역사적 평가를 다시 내려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국정운영을 골프에 비유하며 “우리나라는 골프로 치면 250, 300씩 장타를 칠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아웃 오브 바운즈(OB)밖에 더 나겠나”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야당은 지난 정부의 국정운영을 ‘부실기업 경영’에 비유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출범 1주년을 맞아 보고한 정책 제안을 각 부처가 적극 반영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현미·배민영·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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