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 코로나19 저장소? "인간에게 옮길 수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보다 사슴 사이에서 3배나 빨리 진화하고 있으며 인간과 사슴 간 바이러스 전파가 확인돼 사슴 발 새로운 변이의 습격이 우려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의 미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사슴은 바이러스가 번식하고 증식하는 바이러스 저장소 역할을 하여 지속적인 돌연변이를 위한 완벽한 숙주 역할을 한다. 사슴에서 바이러스가 순환하면 다른 야생동물과 가축은 물론 인간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서식하는 1500마리 이상의 흰꼬리사슴의 게놈을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인간에서 사슴으로 전파된 사례가 최소 30건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의 한 명인 오하이오주립대(OSU)의 앤드류 보우먼 교수(수의학)는 "일반적으로 종간 전염은 드물지만 이번 사례는 표본이 크지 않았음에도 30건의 종간 전파가 확인됐다"며 "인간이 사슴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오하이오주 88개 카운티 중 83개 카운티에서 방목된 흰꼬리사슴 1522마리의 비강 면봉을 채취해 분석했다. 샘플의 10% 이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검사가 진행된 83개 카운티의 59%에서 적어도 1건 이상의 양성 사례가 발견됐다.
2021년 말 오하이오주 9개 지역에서 흰꼬리사슴의 감염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던 연구진은 오하이오주 전역으로 확대조사한 결과 이것이 국지적 사태가 아님을 확인했다. 보우먼 교수는 "당시에는 사슴이 사람과 더 가까이 접촉하기 때문에 도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라고 추측했으나 비도시 지역에서도 양성 사슴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사슴의 혈청에서 이전 감염에 의한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오하이오주 흰꼬리사슴의 약 23.5%가 코로나19에 한 번은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그룹의 표식인 80개의 전체 게놈 서열을 수집했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델타 변이와 알파 변이도 발견됐다.
사슴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의 유전적 구성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할 때 델타 변이와 같은 계통이었다. 연구진은 이것이 인간과 사슴 사이의 종간 전파를 가리키며 사슴에서 사슴으로의 전염이 여러 카운티에서 떼지어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우먼 교수는 "우리가 발견한 것에는 타이밍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인간 경우 델타 유행이 정점을 지나는 시점에서 사슴에서 델타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알파는 인간들 사이에서 더 이상 유행하지 않은 시점에서 사슴에서 유행했다는 것. "그래서 사슴이 인간에서 사라진 변이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연구진은 사슴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 발생할 경우 백신 접종이 위중중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임을 뒷받침하는 결과도 발견했다. 백신을 접종한 시베리아 햄스터를 사슴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시켰지만 감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보우먼 교수는 사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속도가 인간들 사이에서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슴은 SARS-CoV-2에 감염돼 그 저장고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진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분석방법에 따르면 흰꼬리사슴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는 인간에서 관찰된 속도에 비해 3배 더 빠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돌연변이 편향을 보인다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 사슴에서 유래한 균주가 인간에게 크게 발병한 사례는 없다. 연구진은 흰꼬리사슴 유래 바이러스를 사용한 동물 모델에서 중요한 표현형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속화된 진화 속도의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위험은 상존한다. 미국에는 3000만 마리의 사슴이 방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하이오 사슴의 70%가 아직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계속 순환 할 가능성이 높다. 보우먼 교수는 "사슴을 숙주로 삼는다는 것은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사슴들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수년 동안 계속되어 사슴에 적응한 바이러스가 생기면 야생동물이나 가축 등 다른 동물 숙주로 감염되는 경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40706-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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