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마약과 전쟁`에서 승리할 정책 조건

유상선 건국대 SW중심대학 교수

마약 문제는 현재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는 정책, 법률, 기술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입체적으로 마약 단속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마약 단속정책은 예방, 대응, 치료 등 단계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약 단속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예방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예방이 잘 되면 대응과 치료의 부담은 훨씬 줄기 때문이다.

마약 예방정책은 마약 공급과 수요로 나누어 해결할 수 있다. 수요에 대한 예방정책은 '마약 중독의 무서움'을 널리 알리고 마약에 손이 닿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홍보와 교육을 통한 예방정책은 적지 않은 효과를 보이겠지만, 소극적인 방안이다. 반면, 공급에 대한 예방정책은 불법 마약 공급책을 색출하여 원뿌리를 뽑아낼 수 있으므로 전자와 달리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외치고, 전국에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하여 마약 밀수, 유통 등의 전 과정에 걸쳐 수사를 진행한다지만, 제보나 현장 점검 의존형 감시만으로는 비효과적이다. 근원적으로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정책, 법률, 기술 등의 입체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불법 마약 공급책을 끝까지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정책적인 면에서는 마약 문제에 대한 대응과 전략을 수립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사회적, 경제적, 국제적인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여 마약의 생산과 유통을 막고, 마약의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일반 시민에게 마약의 위험성과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예방적 효과를 높여야 한다.

둘째, 마약과 관련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장치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서 마약의 생산, 유통, 소비에 대한 법규를 정비하고 마약 적발 시 마약 혐의자에 대한 경찰의 검거 역량 강화와 함께 법 집행 기관 상호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마약 범죄 조직에 대한 정보와 경보를 의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셋째, 기술적인 수단을 동원한다. 마약 단속은 현대 사회에 여러 기술적 도구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체 인식 기술, 컴퓨터 비전 기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마약 적발률을 높여야 한다. 사회적 현상 및 모범 사례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마약 문제에 대한 예방은 물론 체계적인 대응과 치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불법 마약 공급책 발본색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불법 마약 공급 혐의에 대한 실시간 추적과 감청을 할 수 있는 법령이 정비되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마약 범죄자에 대한 감청이 허용되어 있지만 감청하지 못한다.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마약 혐의자에 대한 감청 영장에 대해 통신 기관이 감청을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마약 범죄는 계획적, 지능적, 합의적, 중독적 범죄이다. 범죄의 암수화 특성과 재범률이 높다. 미국 통신 기관들은 CALEA(법집행통신지원법)에 따라 마약 범죄 수사를 위한 모바일 감청을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OECD 국가 모두 범죄 수사에 모바일 감청을 이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도 마약 관련 범죄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혐의자의 실시간 추적과 통신 감청이 가능한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이 긴요하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전략과 전술, 전법이 중요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식의 진격이면 승리하겠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랴?" 식으로 좌고우면하면 필패할 것이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