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피프티피프티 사태 증거는 어디로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2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건강 관리, 배려 의무 위반도 충분한 소명이 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더기버스와의 업무 종료가 전속계약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주장했던 3가지 사유, 즉 정산 의무 불이행, 건강 보호 의무 무시, 능력 부족 등에 대해 모두 기각 판정이 나온 셈이다. 멤버들의 주장 중에 단 한 가지도 인정받지 못한 것이 놀랍다. 그동안 멤버들 측은 증거가 있다며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자신감을 보였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그렇다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멤버들 측이 주장한 증거는 무엇이었을까?
애당초 멤버들 측의 주장에 의심이 제기됐었다. 연예계 분쟁에선 여론전이 매우 중요하다. 법적 판단보다 대중 정서가 연예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정말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언론이나 SNS를 통해 공개해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 측은 그러지 않고 여론의 맹비난을 당하면서도 침묵했기 때문에 증거가 정말 충분히 있는지 의혹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속단할 순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결론이 나기까지 판단을 유보했었는데 결국 결정적 증거는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놀라운 방송을 했었다. 분쟁이 진행 중인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다루면서 멤버들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듯한 내용을 내보낸 것이다. 이 때문에 공분 사태가 일었고 결국 방송 측이 사과하기까지 했다.
그 방송에서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의 회계에 의혹이 크고, 멤버들이 강도 높은 인권 억압을 받았으며, 소속사 대표가 월말평가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멤버들을 방치했다는 식의 내용이 나왔다. 만약 그게 사실이었으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이번 법원 결정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더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강취재를 통해 후속 방송을 한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의 관점은 매우 전형적이고 전통적이었다. 소속사와 아이돌 분쟁에선으레 소속사의 불투명성, 갑질이 문제가 됐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아이돌을 지지했고 법원에서도 아이돌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있었다. 보통 아이돌은 피해자, 절대적 약자 이미지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소속사의 잘못으로 아이돌이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건 여전하지만, 동시에 아이돌의 잘못으로 소속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일방적인 강자와 약자가 아니라 서로 상대의 목줄을 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건 공정과 윤리다. 어느 한쪽만 약자니까 무조건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윤리를 저버렸는지 확실하게 따져야 공정이란 가치가 담보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외신 기자가 한 "CEO는 언제나 자금을 마련해 창립할 수 있는데 멤버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식의 황당한 말을 내세워 멤버들을 두둔했다. 소속사를 절대 강자로 본 관점이었다. 이런 관점으로 무조건 가수 편만 드는 건 불공정하고 그런 식이면 케이팝계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무조건 소속사 편만 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아티스트의 손을 많이 들어줬던 법원이 이번엔 아티스트의 신청을 기각한 것은, 피프티 피프티 사건에선 소속사가 더 억울한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만든다.
멤버들 측은 심문재개신청서를 접수했고, 이미 어트랙트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기 때문에 여전히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트랙트 측에서 외주사인 더기버스 측을 고소했기 때문에 그 공방도 이어질 것이다. 결국 또다시 법정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이 관련자들에게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이대로 공방을 벌이다 끝까지 상대의 잘못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진 쪽엔 정말 큰 후폭풍이 닥칠 것이다.
이번 일의 결과와 별개로, 무조건 소속사를 비난하는 전통적 관념의 시정 필요성과 중소 기획사 보호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소속사도 공정하게 보호받아야 케이팝계가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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