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아줌마는 없다···더 다양한 아줌마 되고파”···‘마스크걸’ 신스틸러 염혜란[인터뷰]
연기 출발점은 ‘나’…늘 진심 다 해“
더 글로리·경소문 등 화제작 ‘중심’
“전성기? 그저 계속 길을 걷는거죠”
화제가 된다 싶은 드라마엔 다 나온다. <더 글로리>에서 ‘현남 이모님’, <경이로운 소문 1, 2>에서 ‘추매옥’, <마스크걸>에서 ‘김경자’. 이 정도면 신스틸러가 아닌, 주인공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알고 보면 주인공’인 배우 염혜란을 2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렇게 강렬한 노인이라니. 나이든 노인이 장총을 들고 나타난다고? 신선했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염혜란은 <마스크걸> 대본을 처음 봤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극중 김경자는 아들 주오남(안재홍)이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에게 토막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13년간 모미의 딸에게 복수를 준비한다. 보통의 모성애로는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다. 김경자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무당을 찾아가 모미의 주소를 알아내려는 찰나에서도 ‘아버지가 무당의 힘을 통해 말씀해달라’고 기도한다. 종교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믿는 사람인 셈.
염혜란은 김경자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 ‘아들의 조각난 시신을 보면 복수를 안 할 수 없겠지. 그렇지만 내 아들이 소중하면 남의 아이는 귀중하지 않나?’ 싶었어요. 비난과 동조를 함께 받도록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강인한 생활력,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드러나야 하지만, 자식을 독립시키지 못하고 부속품으로 여기는 비틀어진 모성애는 비난받아야 하는 지점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했어요.”
김경자가 아들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생일 축하해요” “효도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김모미의 딸 김미모에게 들었을 때의 감정은 많은 걸 내포한다. 그는 13년간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끝까지 미모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염혜란은 “빌런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일방적인 모습이 아니라 빌런이 가지는 갈등과 어려움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경자가 꿈속에서 아들이 “내가 부끄러웠지”라고 묻는 장면에서 대본은 “그게 무슨 말이여”라며 부인하는 말이었지만 염혜란은 김용훈 감독과 상의해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로 바꿨다. 그는 “꿈속에서라도 아들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을 고백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염혜란은 극중 전남 목포 사투리도 완벽하게 구현했다. 그는 전남 여수 출신이지만 “목포와 여수 사투리는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 ‘그랬어라우’ 이건 목포 사투리이지 여수에선 잘 안 쓴다. 목포 출신 배우하고 연습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극중 억척같은 아줌마에서 무시무시한 노인의 역할까지 연기해낸 그는 알고 보면 1976년생이다. 그가 대중에 익히 알려진 작품 속 대부분 역할은 ‘아줌마’였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의 복수를 실행하는 데 앞장서는 ‘현남 이모님’, OCN <경이로운 소문 1, 2>에서 치유 능력을 가진 추매옥 역할 모두 ‘아줌마’다. 조금 젊은 아줌마 아니면 조금 나이든 아줌마의 차이일 뿐. 염혜란은 “아줌마라는 미명 아래 너무 전형적으로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30대 여자, 40대 여자, 다양한 사람이 많다. 엄청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많다”며 “더 다양하고 멋있는 아줌마, 더 많은 전사(前史)를 가진 아줌마들을 만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염혜란은 연기력의 원동력이 “글의 힘”이라고 겸손해했다.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작업을 하는지 묻자 연극 무대에 섰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1999년 극단 ‘연우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염혜란은 당시 연극을 보러 온 봉준호 감독 눈에 띄면서 스크린 데뷔를 했다. “연극 무대에서 남의 말로 하지 말고 너의 말로 하라는 가르침을 받았어요. 그게 가장 커요. 나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내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으면 안 돼요. 내 목소리로 시작해서 그 인물까지 가는 작업을 연극에서 처음 배웠어요.”
‘내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연기이다 보니 극중 아들 주오남의 시신을 마주했을 때 바닥에서 울부짖는 장면은 촬영할 때는 힘들었다고 한다. 염혜란은 “그런 장면은 배우의 숙명 같아서 괴롭다”며 “자식이 죽는 장면을 상상하고 누군가에게 대입시키는 자체가 큰 고통인데 배우로서 피할 수가 없다. 그 장면을 찍기 앞서서는 ‘내가 배우는 왜 한다고 해서’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기억했다.
최근 화제작에서 모두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염혜란. “전성기라는 생각은 최대한 안 하려고 해요. 여기가 정점이면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고 내려갈 길이 있는 거니까요. 저는 그냥 길을 계속 걷는 느낌이에요. 배우 생활로 봤을 때는 한 지점이겠죠. <마스크걸>을 보고 동료 배우가 ‘오래 연기 했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저도 연기를 오래 하고 싶어요.”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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