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주인공 된 가수 이승윤 "누군가의 꿈에 일조해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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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꾼 꿈에 제 노래가 일조해 영광스럽습니다. 제 입장에선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사활을 걸고 태운 불꽃이 다른 누군가의 불꽃에 닿으면서 조금 더 커진 거 같아요."
가수 이승윤은 2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시사회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이승윤이 이를 수락하면서 신곡 '영웅 수집가' 뮤직비디오와 이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촬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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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정 감독 "좋아하는 가수 MV 직접 찍다니…나는 성덕"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누군가가 꾼 꿈에 제 노래가 일조해 영광스럽습니다. 제 입장에선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사활을 걸고 태운 불꽃이 다른 누군가의 불꽃에 닿으면서 조금 더 커진 거 같아요."
가수 이승윤은 2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시사회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대학 졸업 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지내던 권하정·김아현 감독이 친구 구은하 씨와 함께 이승윤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촬영 시점은 이승윤이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출연해 대중의 인기를 얻기 전인 2020년 여름쯤이다. 당시 그는 영화 제목 그대로 '듣보'(듣도 보도 못하다) 인간, 즉 무명에 가까웠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이승윤은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설정했던 시절의 감정을 여전히 음악인으로서 이렇게 웃으면서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 세 사람은 당시 이승윤의 기존 곡인 '무명성 지구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그의 신곡도 작업하고 싶다는 뜻을 담은 편지와 함께 전달했다. 이승윤이 이를 수락하면서 신곡 '영웅 수집가' 뮤직비디오와 이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촬영하게 됐다.
이승윤은 "당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겠다는) 비슷한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묘하게 시혜적으로 보여 모두 거절했다"며 "하지만 세 분이 건넨 뮤직비디오를 보고 편지를 읽고서 이분들이라면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제가 엄청난 불신론자거든요. 그런 제안이 오면 보통 사기라고 생각하고 안 믿어요. 그때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요. 근데 세 분은 '네 음악을 위해 내가 어떻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이 영차영차 힘내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동등한 입장으로 저를 바라봐준다고 생각해 신뢰가 갔죠."
이들이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된 건 권하정 감독이 이승윤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던 때 이승윤의 노랫말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를 직접 촬영하게 되면서 이른바 '성덕'(성공한 덕후·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해 있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된 셈이다.
"제가 성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권 감독은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낼 수 있다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세 사람이 대학 시절 영화만 만들어봤을 뿐 뮤직비디오 제작 경험은 전무했던 터라 촬영 과정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따랐다.
표현이나 촬영 방식도 달랐고 장비나 장소 선정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 인원 제한까지 생겨 촬영일을 연기하기도 했다.
권 감독은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모든 게 험난했다"면서도 "이런 일들을 겪고 개봉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내가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아현 감독 역시 "항상 희망이 곧 긍정을 뜻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좌절과 슬픔이 있어야 희망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도전기는 특히 또래인 20대 관객에게 울림을 줬다. 지난해 열린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권 감독은 "처음에는 관객들에게 '쟤네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느냐' 같은 메시지를 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운이 좋았을 뿐이었던 것을 우리가 이뤘다고 착각한 것 같기도 하다"며 "그냥 재밌게 영화를 봐주시고 이따금 이 작품을 떠올려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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