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육사 가을음악회, 과기대로 변경”
서울 노원구가 육군사관학교 잔디마당에서 가을음악회를 개최하려던 계획을 변경했다.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둘러싼 논란으로 ‘주민 화합’이라는 행사의 본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원구는 오는 9월9일 개최되는 ‘2023 경춘선숲길 가을음악회’ 장소를 당초 육사 잔디마당에서 서울과학기술대 대운동장으로 변경했다고 29일 밝혔다. 전날(28일) 행사 개최지 변경을 결정한 노원구는 이날 구민들에게 안내 문자도 발송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독립군 활동 전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다며 육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고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운동에까지 공산당 가입 이력을 들이미는 색깔론이자 과거 보수 정권에서 홍범도 장군에 훈장을 수여하고 유해 봉환에 노력을 기울였던 것조차 부정한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일고 있다.
이에 노원구는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을 기념해 육사 잔디마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원구 음악회 장소를 긴급 변경했다.
노원구는 이날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그동안 육사는 역사 깊은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요람으로, 노원구민들에게 자부심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며 “갑작스러운 독립군 흉상 이전 소식에 노원구민들은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뿌리는 임시정부이고 국군의 뿌리 또한 독립군이라는 것은 정부와 국방부 모두 공식 인정한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행사는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부득이 (계획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사가 여전히 노원구의 자랑이 되기를 구민들은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개최지가 바뀌었지만 행사 규모와 출연진은 유지된다. 가수 박정현, 트로트 가수 장민호,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 보컬리스트 경서 등이 기존 계획대로 무대에 선다. 구민 1만명을 초대한다는 계획도 유지된다. 드론쇼는 안전상의 우려로 취소됐다. 1인 2매까지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다. 예약자와 동반자 모두 노원구민이어야 한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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