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고 변화하는 나를 담으려니 30년 걸렸네...가나아트 임동식 개인전
임동식 가나아트센터 개인전
9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원초적 자연에 끌린 자연예술가
행위예술 장면 재현한 유화 등
세필로 완성한 작품 등 140여점
하지만 그 장면으론 충분치 않았다. 그림에서 옷을 제거해도 풀리지 않았다. 결국 본인을 그린 한폭 그림 양옆에 거대한 원시 고목을 품은 숲을 더해 원초적 자연 속에 넣었다. 결국 이 그림은 2020년에야 마무리됐다. 바로 ‘이끼를 들어올리는 사람’(1993, 2004, 2020)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9월 1일부터 개막하는 대규모 개인전의 제목이기도 한 이 그림은 그의 예술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런 변을 내놓는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세월 가는 줄 몰라. 그림은 동영상 정지화면 같은데 작가는 변화무쌍 생각이 요동치지. 흡족하다가도 담배 피우고 오면 별로야. 그림 그리는 것은 사서 고생을 자처하는 거야.”
2020년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한 작가는 야투(야외현장미술연구회) 활동 등 농촌의 삶과 자연이 회화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를 이번 전시에서 유화 40여점과 드로잉 100점으로 펼쳐 보였다.
자연예술가로서의 삶은 서른즈음 첫 야외작업에서 잉태됐다. 1975년 안면도 꽃지해변에서 열린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제1회 야외작품을 위한 캠핑’에서 ‘어느 소년의 꿈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넓은 바다에 공룡알이 나뒹구는 태초의 자연을 상상하며 길이 70㎝, 지름 40㎝의 알 모양 석고조각 30여개를 배치하고 작가 자신은 백사장에서 빗줄기 사이로 두 팔을 뻗어 온몸으로 자연과 호흡했다. 이 순간 작가는 태초의 기운 속에서 해방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연미술을 계속하게 됐단다.
귀국후 20대 때 꽂힌 원초적 자연을 좇아서 고향(충남 연기군) 인근 공주 원골에 정착한 그는 1993년부터 ‘예술과 마을’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호박을 심거나 고목의 구멍을 돌로 막는 등의 농촌 일상을 예술행위로 확장한 개념으로 농촌 현장을 지키는 농부들이야 말로 진정한 자연예술가로 여겨 화폭에 담았다. 이 과정에서 농민 우평남과 협업해 ‘자연예술가와 화가’,‘친구가 권유한 풍경’ 등 다양한 연작이 나왔다.
“퍼포먼스와 회화가 다른 게 아니다. 똑같은 것을 두 번 하는 것이야”라고 말하는 작가는 일시적인 퍼포먼스를 회화로 재현하는, 그것도 꾸준히 개작하면서 완성하는 과정마저 퍼포먼스의 연장에 뒀다고 해석된다.
다만 그림 속에서는 밤하늘에 흩날리는 별빛이나 흩날리는 빗물 등 작가의 특기인 세필화 기법으로 환상적으로 각색해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수년 전 임동식 개인전에서 작품을 접하고 세필붓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아주 매력적이다”라며 “최근작도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서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아 개막 전까지 거는데 고생했지만 프리즈 기간에 맞춰 대규모로 펼칠 만큼 작품이 훌륭했다”고 평했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3관에서 흥미로운 공간을 통과하게 된다. 작가가 동네 친구인 우평남씨 집을 개조해 만든 공주 교동의 작업실을 실제 크기(세로 3m, 세로 5m)로 구현해두고 실제 작품들을 걸어놓았다. 세밀한 붓질로 완성해 가는 작품의 원형 같은 소품들을 보면 작가의 작업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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