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그 많던 M&A 매각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앞 다퉈 나오던 매각설도 사라져
매각 나섰던 매물들도 자취 감춰
동종업계 매물만 쌓여가는 상황
엑시트 제때 안되면 투자도 제약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해를 석 달 조금 앞둔 인수합병(M&A) 시장이 조용하다 못해 차분하다. 1~2년새 굵직한 M&A 소식이 앞다퉈 쏟아지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몰라보게 바뀐 것이다. 최근에는 제대로 된 매각설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잠잠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던 일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중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말한 ‘하던 일’이라는 표현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존에 보고 있던 투자 건이나 펀딩을 진행 중이라는 의미일 수 있지만, 무리하지 않는 현재 분위기를 깨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관계자는 “최근 여러 운용사가 펀딩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며 투자 대신 자금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최근 M&A 시장 분위기는 차분하게 흐르고 있다. 간간이 인수·투자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시장 온도를 끌어올릴 소식은 아니다. 국내 최대 선사로 몸값만 5조~8조원에 달한다는 HMM(011200) 매각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음에도, 열기 조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어느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더라’는 매각설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하반기 첫 달인 지난 7월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Qoo10)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11번가를 인수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지만 두 달 넘게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 지분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올리브영 지분 23%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PEF 운용사 글랜우드PE가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매각설이 불거지자 글랜우드PE가 “매각 논의조차 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하면서 하루 만에 사그라졌다.
과거에 매각에 나섰던 매물들도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한창 시장을 달구던 ‘햄버거 매물 대전’이 대표적이다. 버거킹과 한국 맥도날드, 맘스터치 등 국내 내로라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동시기 M&A 시장에 나왔지만,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 시장 상황도 앞선 햄버거 대전과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해운·보험사 매물만 10개에 육박하면서 이른바 ‘해운·보험 대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새 주인을 무리 없이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매각 측도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헐값에 팔자니 그간 투자하고 들여온 시간이 아까울 수 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안고 가자’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헐값 매각을 하느니 차라리 펀드를 연장하자는 강수까지도 깔린 의사 결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때 엑시트 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빚어진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제아무리 수조원대 펀드를 굴리는 사모펀드 운용사라 하더라도 언제까지 투자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해마다 투자와 엑시트 황금비율을 꿈꾸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엑시트가 막히면서 투자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엑시트가 잘 안되면 결국 투자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두 가지가 잘 돌아야 운용사도 그렇고, 시장도 잘 돌아갈 수 있는데 지금은 엑시트도 안 되고, 신규 투자도 여의치 않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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