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對中 행보를 시작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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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8월 18일 미국 데이비드 캠프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돌아보자.
'공동의 이익·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공약은 법적 구속력은 없을지라도 정치적 약속이자 전략적 행보였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캠프 데이비드에 머문 시간)"이라 평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외교가 180도 전환되고 한국의 창(矛) 끝이 중국을 향한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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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전후 중국 언론들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중국 민심을 대변하는 환구시보의 17일자 사설은 '한국은 스스로 진흙탕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아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의 캠프 데이비드 초청을 유치원생이 선생님으로부터 칭찬 스티커 받은 것에 비유했다. 3국의 가치 강조를 신냉전으로 가는 불길한 호각소리로 비하했다. 역시 19일자 사설 또한 한일 양국이 냉전의 최전선 보초로 나서려 한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내심 한미일 3국체제가 공고하다고 보지 않는다. 한중일 3국 입장차는 점차 드러날 것인데 왜냐면 현 한일관계는 여전히 취약하고 한일 모두 미국의 약조를 확신하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3국 국익 간 틈새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최근 무역 관련 장관급 회담 등을 제도화하기로 한 것에서 보듯 디커플링이든 디리스킹이든 자국 경제에 유리한 절충점을 찾고 있다. 일본과는 오염수 방류를 명분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중국인민의 대일(對日) 여론 수위를 조절하며 협력 시점을 모색할 것이다. 한국과는 한국이 '강한 고리'를 자처하지만 않는다면 한국이 원하는 상호존중을 적당한 수준에서 응할 공산이 크다.
사실 지난 1년여 한국의 대중정책은 상호존중보다는 상호 무심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 남북관계와 한국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다룰지 정부는 분명한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한중관계의 마지노선, 즉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 미국의 MD체계, 한미일 군사동맹)의 견지, 하나의 중국 입장의 확인, 남중국해 이슈처럼 예민한 발언의 최소화 등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위의 몇 가지 선을 넘지 않는다면 중국은 한국과는 상호존중을 넘어 상호존경마저 할 의지와 여지가 있어 보인다.
올 하반기 G20, APEC 등 국제무대에서 조우할 한중 양국 정상들의 회담 성사 여부와 분위기를 보면 양국관계의 풍향계를 알 수 있다. 비록 개최시기 변수가 있을지라도 한국 주도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전망은 밝아진다. 이미 미일에 할 만큼 했으므로 정부는 대중(對中)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지난 주말에 최근 흥행영화 한 편을 보았다. 대지진 이후 황궁아파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김선영 배우가 분한 아파트 부녀회장의 대사가 머릿속에 강하게 꽂혔다. "이제 세상은 리셋된거야." 불현듯 현 한국 외교도 리셋되었거나 리셋 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절대선이거나 절대악의 이분법이 아닌, 어떤 경우든 국익 위에서 리셋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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