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에 바짝 죈 나라살림… '건전재정'까진 갈 길 멀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김규성 2023. 8. 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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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부총리 "허리띠 더욱 졸라맸다"
정부 지출 줄이고 구조조정에도 관리재정 적자, GDP대비 3.9%
국가채무 1196조, GDP의 5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내놓은 '2024년 예산'은 올해 대비 18조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증가율은 2.8%에 그쳐 재정통계가 정비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관련 브리핑에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맸다"고 말했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들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예산당국이 중점적으로 정비한 분야는 연구개발(R&D)과 보조금 분야다. R&D는 올 예산 대비 16.6% 줄였다. 올 예산이 100조원을 넘긴 보조금을 대폭 정비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부 수치는 공개가 어렵지만) 사회적 기업은 대폭 삭감됐고 비영리단체도 (행정안전부의) 50% 감액 요청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보조금 삭감, R&D 재정비…"강력한 재정 정상화"

내년 예산안의 핵심은 건전재정 기조 유지다. 이를 통해 재정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예산안에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추 부총리는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은 단호히 폐지, 삭감했다"고 말했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집행과정이 부당한 보조사업은 대폭 재정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예산은 지난 2018년 66조9000억원이었지만 2021년 97조9000억원, 2022년 10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특히 지방자치단체 수행 사업 등은 재구조화하고 부정수급·회계관리 미흡 등 부당하게 집행된 사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올해 R&D 과제 수가 7만6000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돼 나눠먹기 식이란 비판을 받아왔던 R&D 사업들은 미래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할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형태로 조정을 했다.

■세수악화 지속…갈 길 먼 건전재정

정부 지출을 줄이고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해도 국가의 재정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 제출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이다. 올해 58조2000억원 적자(국회 확정예산 기준)보다 적자폭이 더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3.9%다. 올해는 -2.6%였다. 국가채무는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는 1196조2000억원이다. 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50.4%, 2024년 51.0%, 2025년 51.9%, 2026년 52.5%, 2027년 53.0%로 추정됐다. 기재부는 "2024년에는 관리수지 -3% 초과가 불가피하나 2025년 이후에는 재정준칙안을 준수, 점진적으로 개선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증가율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재정상황 악화는 세입 여건이 나빠서다. 기업실적 악화, 자산시장 성장둔화로 법인세 등이 덜 걷히면서 올 세수는 지난해보다 40조원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재정운용 여건과 관련, 기재부는 "인구구조 및 기후변화, 잠재성장률 저하 등으로 재정지출 소요가 증가할 전망이어서 재정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출 증가 최소…엇갈린 전문가 진단

예산 지출 증가폭의 역대 최저 수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상황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어 정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정 수준 더 지출 증가율을 늘리는 방향도 고려됐어야 했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상황이 내년에도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예산 지출 증가율을 늘리는 것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경제전망팀장은 "정부 지출 증가율 최소폭 결정은 현 상황의 경기 어려움을 기반으로 한 컨센서스"라며 "예상보다 줄어든 예산을 배분하기 위한 정교한 예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도 세입 전망도 밝지 않아 지출 증가폭 최소화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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