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榮光(The Glory) 전라북도!
'사랑의 이율배반'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외람되지만 필자도 나이를 더해가다 보니 에스트로겐 분비와 함께 센치해 진 탓인지 문득 절절한 사랑의 시어가 가슴을 훅 파고들곤 한다. "한때 밤잠을 설치며 한 사람을 사랑도 하고 삼백예순하고도 다섯 밤을 그 사람만 생각했지…"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에 나이의 페달을 거꾸로 돌려보기도 한다. 물론 정확히 그 상대가 누구고, 몇이나 되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해야 가정이 평화로울 테지만… 얼마 전부터 눈길이 꽂혔던 이정하 시인님의 시 하나를 소개해 드렸다. 그런데 이 가슴 절절한 사랑의 시어가 요즘 들어 필자에겐 신세타령의 넋두리로 윤색돼 버렸다. 왜냐고? 이제부터 천천히, 하나씩, 조곤조곤 짚어볼까 한다..
잼버리 → 전라북도 총대 프레임 → 새만금 때리기
이 대목에서 최근에 했던 전라북도 김관영 지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이번 잼버리는 대통령이 명예총재로 있는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기관이고, 국무총리가 정부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3개 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치른 범국가적 국제행사였다, 전라북도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별로 실제 이뤄진 일에 기반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은 전북만의 사업도, 더불어민주당의 사업도 아니다. 이는 역대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34년간 추진해 온 초당적 사업이자 국가적 프로젝트다. 애꿎은 새만금 사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자, 우려대로 새만금 사업이 희생양으로 전락했고, 김관영 지사가 추후 어떻게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왜 용산과 집권 여당은 이처럼 새만금에 뭇매를 가하는 것일까?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국민 절반 이상이 윤석열 정부이고 전북 책임이라는 응답은 20%가 채 못 되는 실정임에도 전북과 새만금은 우선 한 대 맞고부터 시작하면서 총대를 메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서 필자는 국회 양경숙 의원이 던진 "전북을 희생양 삼아 김건희 로드를 덮을 이슈가 필요한 것인가?"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기까지 한다.
만약 전라북도와 새만금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그 대답은 최근 학교폭력을 다뤘던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멋진 연진이가 대신해 줄 듯하다. "나는 이래도 아무 일이 없고 너는 그래도 아무 일이 없잖아, 이것을 다섯 글자로 하면 뭐다? '사회적 약자'"라고.
"국민만 바라봐야(?)…"
원희룡 장관에게 다시 묻는다
오늘 발표된 국토부 발표내용이다. 왜 새만금 공항만 쏙 빠졌을까? 필자는 한 달 전쯤 '원희룡 장관에게 묻는다'는 칼럼을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와 관련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만약 이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서울에서 이뤄지는 국책사업이라면 국토부 장관이 이처럼 쉽게 백지화를 선언할 수 있을까? 지역이 그렇게 우스운가? 만약 원희룡 장관이 제주도지사로 재직하던 때에 대규모 해저터널을 뚫는 국책사업이 진행된다고 치자. 그런데 이 사업이 정쟁에 휩싸이자 국토부 장관이 단번에 백지화를 선언한다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히 삭발 단식을 마다 않고 국토부 장관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 아닌가? 대답하시라!" 라고.
여기에 같은 질문을 또다시 질문을 드린다. 만약 새만금 사업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국책사업이라면 이렇게 예산을 패대기칠 수 있을까? 또 원 장관께서 전라북도지사라면 이같은 예산 난도질에 어떻게 응수할 것인가? 장담컨대 원희룡 전라북도지사였다면 "정쟁의 희생양" 운운하며 국토부 장관을 향해 "용산만 보이고 전북은 안중에도 없느냐"며 억장이 무너지는 장탄식을 내뱉을 것이다. 아닌가? 다시 대답하시라!
"한덕수 총리님, '전북 출신으로서 사죄한다'는 말…레토릭이었나요?"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TK통합신공항·가덕도신공항…양 날개 달고 이륙 준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신공항 사업'이 본격화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은 사전타당성 검토,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기본계획 수립을 마치고 각각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
오늘 자 중앙일보 기사다. TK통합신공항의 사업비는 2조 6천억 원이고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는 무려 14조다. 새만금신공항 사업비는 '어마어마'한 8077억 원으로 가덕도신공항 사업비의 1/17에도 못 미친다. 필자는 추호도 이들 공항 추진에 시비를 걸 생각이 없음은 물론이고, 더더군다나 '망국병'으로 불리는 지역감정에 기댈 생각은 정말정말 눈곱만큼도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얘길 꺼내느냐고? 그저 부러워서다. 정말 부럽다. 시인 이정하 님의 고결한 시어를 이런 허접한 글에 갖다 붙여서야 되겠느냐만, 지금의 필자 심정을 제일 잘 표현한 시어이기에 감히 차용해 본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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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이균형 기자 balance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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