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榮光(The Glory) 전라북도!

전북CBS 이균형 기자 2023. 8. 29.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밸런스 칼럼 - '突直口']
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


'사랑의 이율배반'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외람되지만 필자도 나이를 더해가다 보니 에스트로겐 분비와 함께 센치해 진 탓인지 문득 절절한 사랑의 시어가 가슴을 훅 파고들곤 한다. "한때 밤잠을 설치며 한 사람을 사랑도 하고 삼백예순하고도 다섯 밤을 그 사람만 생각했지…"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에 나이의 페달을 거꾸로 돌려보기도 한다. 물론 정확히 그 상대가 누구고, 몇이나 되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해야 가정이 평화로울 테지만… 얼마 전부터 눈길이 꽂혔던 이정하 시인님의 시 하나를 소개해 드렸다. 그런데 이 가슴 절절한 사랑의 시어가 요즘 들어 필자에겐 신세타령의 넋두리로 윤색돼 버렸다. 왜냐고? 이제부터 천천히, 하나씩, 조곤조곤 짚어볼까 한다..

잼버리 → 전라북도 총대 프레임 → 새만금 때리기

 
우려했던 바대로 오늘 잼버리를 망쳤다는 죄명으로 새만금 사업에 철퇴가 가해졌다. 내년 새만금 사업비가 반 토막도 아닌, 시쳇말로 '세꼬시'처럼 도마 위에서 난도질을 당했다. 새만금 총사업비의 75%가, 공항은 무려 90%가 싹둑 잘려나갔다. 쉽게 말해 사업하지 말란 얘기에 다름없다.

이 대목에서 최근에 했던 전라북도 김관영 지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이번 잼버리는 대통령이 명예총재로 있는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기관이고, 국무총리가 정부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3개 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치른 범국가적 국제행사였다, 전라북도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별로 실제 이뤄진 일에 기반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은 전북만의 사업도, 더불어민주당의 사업도 아니다. 이는 역대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34년간 추진해 온 초당적 사업이자 국가적 프로젝트다. 애꿎은 새만금 사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자, 우려대로 새만금 사업이 희생양으로 전락했고, 김관영 지사가 추후 어떻게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왜 용산과 집권 여당은 이처럼 새만금에 뭇매를 가하는 것일까?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국민 절반 이상이 윤석열 정부이고 전북 책임이라는 응답은 20%가 채 못 되는 실정임에도 전북과 새만금은 우선 한 대 맞고부터 시작하면서 총대를 메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서 필자는 국회 양경숙 의원이 던진 "전북을 희생양 삼아 김건희 로드를 덮을 이슈가 필요한 것인가?"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기까지 한다.

만약 전라북도와 새만금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그 대답은 최근 학교폭력을 다뤘던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멋진 연진이가 대신해 줄 듯하다. "나는 이래도 아무 일이 없고 너는 그래도 아무 일이 없잖아, 이것을 다섯 글자로 하면 뭐다? '사회적 약자'"라고.

"국민만 바라봐야(?)…"


최근 작고하신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교수님에 관한 내용들이 하나둘씩 알려지면서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국 사태 당시, 윤기중 교수님을 모시고 점심을 하러 가다 당시 광화문 집회를 스쳐 간 적이 있었다. 윤 교수님은 '나라가 갈라져 큰일이다'며 아들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했다"고 말했다. 또 윤기중 교수님께선 윤 대통령에게 "국민만 바라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필자와 같은 '반국가세력'과 '부패, 이권 카르텔'이 보기엔 이같은 부친의 당부가 온전히 전해지질 않은 듯하고, 앞으로도 전해지지 않을 듯하다. 지금 흘러가는 모양새는 국민들이 3~40%와 6~70%로 극명하게 갈려져 있고, 용산 드라이브는 지지세력 3~40%만 끌고 갈 태세다.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는데 3~40%의 국민만, 그리고 전북은 빼고 바라보겠다는 심산으로 보여진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10%대 지지율에 대한 대가라면 입 다물고 그저 당할 수밖에….

원희룡 장관에게 다시 묻는다


"2024년 국토교통부 예산안이 60조 6,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전년 대비 5조 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크게 줄였던 SOC 예산도 다시 8,000억 원 정도 확대했다.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통인프라 건설에 11조 원을 투자한다. 오는 2029년 가덕도 신공항의 차질 없는 조기 개항을 위해 본격 건설에 착수(5363억 원) 하고, 울릉공항·백령공항 등 소형 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제주 제2공항 등 지역 거점 공항 건설도 추진한다."

오늘 발표된 국토부 발표내용이다. 왜 새만금 공항만 쏙 빠졌을까? 필자는 한 달 전쯤 '원희룡 장관에게 묻는다'는 칼럼을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와 관련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만약 이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서울에서 이뤄지는 국책사업이라면 국토부 장관이 이처럼 쉽게 백지화를 선언할 수 있을까? 지역이 그렇게 우스운가? 만약 원희룡 장관이 제주도지사로 재직하던 때에 대규모 해저터널을 뚫는 국책사업이 진행된다고 치자. 그런데 이 사업이 정쟁에 휩싸이자 국토부 장관이 단번에 백지화를 선언한다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히 삭발 단식을 마다 않고 국토부 장관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 아닌가? 대답하시라!" 라고.

여기에 같은 질문을 또다시 질문을 드린다. 만약 새만금 사업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국책사업이라면 이렇게 예산을 패대기칠 수 있을까? 또 원 장관께서 전라북도지사라면 이같은 예산 난도질에 어떻게 응수할 것인가? 장담컨대 원희룡 전라북도지사였다면 "정쟁의 희생양" 운운하며 국토부 장관을 향해 "용산만 보이고 전북은 안중에도 없느냐"며 억장이 무너지는 장탄식을 내뱉을 것이다. 아닌가? 다시 대답하시라!

"한덕수 총리님, '전북 출신으로서 사죄한다'는 말…레토릭이었나요?"

 
새만금 사업이 이처럼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북 출신의 한덕수 국무총리다. (물론 한 총리에 대해서도 전북인으로서 느낀 섭섭함을 담은 칼럼을 쓴 바 있다.) 이미 한 총리가 과거 언론사들을 상대로 본인이 전북 출신임을 빼 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다시 들춰보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들은 바로는 한 총리가 이를 의식했는지 "전북 출신으로서 그동안의 행보에 대해 사죄드린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한 총리께선 작금의 새만금 사태를 어떻게 보고 계신 지, 사죄한다는 그 말은 그냥 레토릭이었는지 묻고 싶다. 그냥 주군 잘 모시고 장수하시길 바란다. 대신 이제 전북 출신이라는 말과는 '헤어질 결심'을 하시길 바란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TK통합신공항·가덕도신공항…양 날개 달고 이륙 준비'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경상북도 제공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신공항 사업'이 본격화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은 사전타당성 검토,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기본계획 수립을 마치고 각각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

오늘 자 중앙일보 기사다. TK통합신공항의 사업비는 2조 6천억 원이고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는 무려 14조다. 새만금신공항 사업비는 '어마어마'한 8077억 원으로 가덕도신공항 사업비의 1/17에도 못 미친다. 필자는 추호도 이들 공항 추진에 시비를 걸 생각이 없음은 물론이고, 더더군다나 '망국병'으로 불리는 지역감정에 기댈 생각은 정말정말 눈곱만큼도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얘길 꺼내느냐고? 그저 부러워서다. 정말 부럽다. 시인 이정하 님의 고결한 시어를 이런 허접한 글에 갖다 붙여서야 되겠느냐만, 지금의 필자 심정을 제일 잘 표현한 시어이기에 감히 차용해 본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전북CBS 이균형 기자 balancelee@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