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니기에 9월4일 학교를 쉬려고 합니다”
교육부 “집회 참석을 위한 연가·병가는 불법”
서울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자 전국적으로 교사들이 오는 9월 4일을 공교육멈춤의날’로 정하고 이날 연가, 병가, 재량휴업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내에서도 상당수의 교사들이 동참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교육부는 “집회 참석을 위한 연가·병가는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 강원교육계 내부의 진통과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로 임용 14년차가 된 A교사(41·초등)는 오는 9월 4일 병가를 낼 계획이다. A교사 역시 교권침해의 피해자다. A교사의 학급 아이들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 이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한 학부모는 밤에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A교사가 다음날 출근 후 연락하자 학부모는 “여자가 시집 잘 가려고 교사가 됐냐. 아이들을 사랑하기는 하느냐”라며 그를 쏘아 붙였다. 이로 인해 처음으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 그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교사들의 도움 덕분이다.
A교사는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이초 선생님 사건을 접했을 때 내 이야기 같았다”면서 “교권침해는 모든 선생님에게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주변의 도움으로 이겨냈지만 서이초 선생님은 철저하게 혼자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교권침해로 힘들어 하는 교사들 옆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동참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A교사는 4일 서이초를 방문할 계획이다.
임용 12년차인 B교사(36·중등)는 서이초 사건 이후, 이제는 교사가 된 제자와 통화를 마치고 공교육멈춤의날 동참을 결정했다. 올해 초등 신규교원 발령을 받은 B교사의 제자는 B교사에게 “이렇게까지 하면서 선생님을 계속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B교사는 본지 기자에게 “현장의 교사들이 우울감과, 분노, 좌절감 등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몇 년 전 일이지만 학생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집에 가서 ‘멱살을 잡혔다’는 이야기를 했다. 거짓이다 보니 없었던 일로 끝났지만 지금처럼 교권이 추락한 상황이라면 나도 직위해제 됐을 것 같아 두렵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으며 마음고생한 경험도 있어 최근 서울에서 열린 집회도 참석했다. 4일에는 연가를 쓰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9일 진행된 시도교육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9월 4일을 소위 ‘공교육멈춤의날’로 정하고 학교 임시휴업이나 교사의 집단 연가·병가를 통해 집회를 개최하자는 주장이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집단행동을 위한 임시휴업일 지정과 교사의 연가·병가 등의 사용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강경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교육부는 집회 참여시 파면·해임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역시 최근 호소문을 통해 “교권은 교육의 멈춤이 아니라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교실을 떠나지 않는 의연함 속에서 지켜진다”며 학교에 나와 수업을 진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와 관련 도내 학교 1곳이 오는 9월 4일 재량휴업 진행을 두고 학교운영위원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은 30일 오전 중으로 재량휴업 진행 학교를 확정발표한다. 이와 관련 교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9.4 공교육 정상화의 날 동참 서명’에 동참 의사를 밝힌 도내 교사는 29일 오후 5시 30분 기준 1984명으로 집계됐다. 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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