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美투자 늘리자… 국내 건설사 글로벌 순위 대약진

박순원 2023. 8.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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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지, 해외매출 순위 발표
현대건설 '11위'로 2계단 상승
삼성물산도 6계단 오른 '25위'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건설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2공장 <삼성전자 제공>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생산공장 투자 유치 노력에 호응해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자동차 등이 현지 투자를 늘리면서,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매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부동산 경기 위축에 고전하는 건설업계에 단비를 뿌려준 '동반성장'의 사례로 주목을 받는다.

현대건설은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발표한 '2023 인터내셔널 건설사' 해외 매출 순위에서 작년보다 2계단 오른 11위를 차지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순위는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한 이후 역대 최고 순위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도 순위가 크게 올랐다. ENR이 매년 발표하는 이 순위는 세계 건설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표로 통한다.

ENR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등 국내 건설사 총 12곳이 상위 250위 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총 12개 건설사가 이 명단에 포함됐지만, 대부분 건설사의 순위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현대건설은 해외건설 매출액 11위를 기록하면서 '톱10'의 문턱까지 진입했다. 작년 ENR이 발표한 현대건설의 순위는 13위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4년 이후 국내 건설사 중 최고 순위를 수성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167억5000만달러 중 해외에서 68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8.6%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3억6300만 달러의 해외 매출액을 기록, 전년도와 동일한 22위를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2021년 해외 매출액은 총 36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10% 증가했다.

삼성물산의 올해 순위는 25위로 지난해(31위) 대비 6계단 상승했다. 삼성물산의 해외 매출액은 40억2000만 달러로 2021년 33억 달러 대비 20% 이상 늘었다. 삼성엔지니어링 매출은 석유화학 설비 부문에서 늘었고, 삼성물산은 발전 부문과 제조설비 부문에서 크게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년도 대비 4계단 상승한 32위를 기록했다. 대우건설도 9계단 상승한 48위를 기록했고, GS건설도 2계단 상승해 54위를 기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81위에서 올해 63위로 22계단이나 뛰었다. 롯데건설도 204위에서 130위로 상승했고, 한화건설도 221위에서 175위로 올랐다.

해외 건설업계에선 내년에도 ENR 순위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지난해 국내 4대 기업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그룹이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총 605억달러(약 80조원) 정도를 해외에 신규 투자 하기로 했다.

4대 기업은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 계열 건설사에게 그룹 물량을 발주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건설 일정은 몇년 간 더 지속될 예정이라 추가 순위 상승이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SK그룹 배터리 공장은 SK에코플랜트, 현대차 공장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LG그룹 시설은 GS건설이 공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증가하면서 4대 그룹 소속 건설사의 수주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 공장은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해 공사비 규모가 크고 국내 건설사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앞서 국내 건설사들은 대부분의 해외 매출액을 아시아와 중동에서 벌어 들였는데, 미국 내 건설사업 수주가 늘면서 ENR 순위도 상승하게 됐다. 국내 건설사의 미국 건설 사업 수주액은 2021년 11위·2020년 20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위를 기록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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