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카뱅, 유주택자 대상 주택구입용 주담대 중단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화면 캡처.

앞으로 유주택자는 당분간 카카오뱅크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흉으로 인터넷은행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며 대출 축소를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가장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제공해온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공급이 막히면서 이사 계획을 갖고 있는 유주택자의 자금 마련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3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주담대 대상자를 축소한다고 공지했다. 29일까지는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1주택·2주택 세대라면 세대원 누구나 카카오뱅크에서 주담대를 빌릴 수 있었지만, 당장 하루 뒤인 30일부터는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 세대만 주담대를 빌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 같은 조치의 종료 시한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의 갑작스러운 주담대 대상 축소 조치로 인해 이사를 가려던 기존 유주택자는 이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앱을 활용한 간편한 대출 절차와 국내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활용해 주담대 실수요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상품의 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가 연 4.02%로 국내에서 주담대를 취급하는 16개 은행 중에서 가장 낮았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주담대 축소 조치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꼽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되는지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어나는 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중간에 나온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터넷은행에 '주담대를 축소하라'는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국가수사본부 자본시장 불법행위 대응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대상자를 만 34세 이하 청년으로 제한했다. 50년 만기 주담대 제공 대상을 축소한 지 불과 4일 만에 유주택자 대상 주담대마저 대폭 제한하기로 하면서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유주택자라 하더라도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닌 생활자금 마련 목적의 주담대는 계속 카카오뱅크에서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요건은 기존과 동일하며, 주택구입자금 목적에 대해서만 대상이 일부 변경됐다"며 "실수요자에게 주담대를 우선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내집 마련과 주거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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