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토대학살 100년, 일 정부 진상규명이 진정한 한일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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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9월1일, 일본 수도권인 간토(관동)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뒤 아비규환 속에서, 조선인을 겨냥한 대학살이 벌어졌다.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당시 일본 경찰과 지방정부가 재해로 인한 민중의 분노가 왕실과 당국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선인 방화' 등의 소문을 퍼뜨리고 계엄령을 선포한 사실이 드러나 학살에 책임이 있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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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9월1일, 일본 수도권인 간토(관동)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뒤 아비규환 속에서, 조선인을 겨냥한 대학살이 벌어졌다. 일본 경찰이 개입해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등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노동자로 일하던 조선인들이 도망칠 곳 없는 막막한 공포 속에서 참혹하게 살해되었다. 자경단을 비롯해 일본 군과 경찰도 학살에 가담했다고 한다. 식민지 시대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 범죄다.
지워질 뻔한 역사를 발굴하고, 추모 노력을 해온 건 일본 시민들이었다. 1960년대부터 조선인 학살 사실을 제대로 조사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운동이 벌어졌고, 일본 시민단체들이 약 10년 동안 유족과 목격자를 만나 증언과 자료를 모아 진상 규명에 나섰다. 1973년 대지진 50주년에는 추모비를 세웠고, 해마다 이곳에 모여 추도식을 열었다.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당시 일본 경찰과 지방정부가 재해로 인한 민중의 분노가 왕실과 당국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선인 방화’ 등의 소문을 퍼뜨리고 계엄령을 선포한 사실이 드러나 학살에 책임이 있음이 확인됐다. 식민지 지배로 인한 차별과 편견, ‘3·1 독립운동’ 등 저항하는 조선인에 대한 지배자의 공포감도 원인이었다고 한다.
한·일 정부는 이 역사 앞에서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들의 진상 규명 요구에 2017년 아베 신조 정부는 “기록이 없다”며 회피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7년째 조선인 피해자에 대한 추도문을 보내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일본 사회 우경화를 상징하는 개탄스러운 일이다. 일본 극우단체들은 조선인 희생자 수가 부풀려졌고, 학살도 당시 조선인들이 일으킨 폭동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며, 추모비 철거를 요구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 문제에 무심한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일본 정부가 지금이라도 진상 규명에 나서고 국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제라도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사죄에 나설 용기를 보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의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두 나라 정부가 공동으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조사한다면, 한·일 화해의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이것은 ‘반일’의 문제가 아니다. 한·일이 함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다시는 이런 비인도적 잘못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짐하는 용기 있는 결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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