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버나 싶더니…" 노조 리스크에 발목잡힌 車·조선·철강
포스코 창립 첫 교섭 결렬, 현대차도 파업 가시화
지난달 수출 16% 줄었지만 車·조선 두자릿수 상승
수출 대들보 역할..노사갈등에 동력 상실 우려
[이데일리 하지나 김은경 이다원 기자] 우리나라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출 주력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 철강업계에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서 최근 호황기에 접어든 이들 업종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란 전망이다.
잇딴 노사교섭 결렬...현대차 ‘5년만의 파업’ 초읽기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오후 3시간 동안 전 조합원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노사는 앞서 호봉승급분 3만5000원을 포함해 기본급 12만원을 인상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8.78% 반대로 부결됐다. HD현대중공업은 1년 만에 무분규 타결 기록 깨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포스코도 창립 55년만에 처음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 측은 앞서 임단협 회의에서 사측에 13.1%의 기본급 인상과 포스코홀딩스 주식(1인당 100주),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1세로 연장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포스코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이른 시일 내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8일 조정 신청을 한 현대자동차 노조도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교섭 관련 쟁의권(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2019년 이후 5년만에 파업을 맞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주식을 포함한 성과급 지급,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요구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자동차·조선·철강 업종에 대한 파업이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조선·철강 부문 수출액은 106억1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503억3000만달러)의 21%를 차지한다. 특히 전체 수출 규모가 전년대비 16.5% 줄어든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의 경우 15%, 17% 늘어나면서 수출 효자 품목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역대급 호황에 노조는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에서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측은 노조와 추가 논의를 거쳐 올해 임금 합의안을 마련하겠지만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직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화로 전환되면 생산 인력도 줄어들게 되는데 정년 연장은 회사의 고정 비용 증가를 야기하면서 차량 가격 상승이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또한 지난해 태풍 힌남노 악몽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측의 임금 인상 및 성과금 요구안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000만원으로, 기본급 인상안에 자사주 100주(5000만~6000만원)까지 고려하면 2억원에 육박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 10년간 기본급 2%대의 인상이 이뤄졌고 임금 동결도 두 번이나 감수했다는 점을 들어 맞서고 있다.
수출 부진 장기화..노사갈등 경제 회복 불씨 꺼질라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우리나라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노사 갈등으로 그나마 남아 있는 경제 회복 불씨마저 꺼트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4조237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3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8일 “현대차 파업이 실현되고 2016년 및 2017년 파업 중간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영업이익 손실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선업의 경우 오랜 불황 터널을 지나 이제 막 수주 호황기를 맞이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자동차나 조선업의 경우 그나마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 업종이 전·후방 산업들과 밀접하게 연계된 주력 산업이기 때문에 파업이 가시화되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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