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비버도 쓴다는 고압산소치료기, 한강성심병원 등장···어떤원리?

안경진 기자 2023. 8.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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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본격 운영
화상 등 창상 환자 치료기간 단축···합병증·후유증 최소화
환자들이 고압산소치료기기(챔버) 안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강성심병원
[서울경제]

"지금부터 가압을 시작합니다. 기압이 올라가면서 귀가 먹먹해 지거나 드물게 통증이 느껴질 수 있거든요. 그럴 땐 손으로 코를 꽉 쥐고 코를 풀듯이 '킁'하고 공기를 내뿜어 주시면 됩니다. "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본관 1층 고압산소치료센터. 간호부 오다나 코디네이터가 고압산소요법을 받으러 온 환자들 대상으로 압력평형(이퀄라이징)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갑자기 귀가 먹먹하고 뻐근해지는 느낌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비행기가 고도를 바꾸는 것과 같이 기압이 바뀌는 과정에서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 공간, 즉 '중이' 안에 압력 차가 발생해 생기는 증상이다. 이퀄라이징은 이러한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막아준다. 프리다이버나 스쿠버다이버, 해녀처럼 깊은 수심을 잠수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익혀야 할 기술이다. 이퀄라이징이 잘되지 않으면 심할 경우 고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비행이나 물 속 깊은 곳으로 다이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병원에서 이 같은 이퀄라이징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 고기압 환경 만들어 '100% 산소' 주입...혈관 신생·조직재생 촉진

한강성심병원이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 고압산소치료 중에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압산소요법(HOTC·Hyperbaric Oxygen Therapy Center)은 대기압(1기압)보다 높은 약 2~4기압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농도 100%의 산소를 흡입하는 치료법이다. 평상시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간 산소분자는 혈관 내에서 적혈구와 결합해 말초에 있는 모세혈관을 지나 세포 속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모세혈관이 손상된 경우다. 화상 등 외부요인에 의해 모세혈관이 손상된 환자는 적혈구가 지나갈 통로가 없다 보니, 적혈구에 붙어있는 산소분자가 세포 속에 전달되지 못한 채 혈관 속을 떠돌아닌다. 이 때 기압을 높이면 산소분자가 적혈구와 결합하지 않아도 혈액 내 혈장 속에 녹아있을 수 있다. 즉, 혈장에 산소분자를 녹여 그 자체로 모세혈관을 타고 말초조직 내 세포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산소보다 농도가 높은 고순도산소를 대량 흡입하면 세포까지 도달하는 산소량도 평상시보다 훨씬 많아진다.

고압산소치료에 앞서 의료진이 환자 대상 사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한강성심병원 제공.

세포에 도달한 산소는 세포의 재활과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혈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항염작용을 촉진할 뿐 아니라 몸속 독성물질 생성을 억제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 및 재생 속도도 크게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몸속 모든 세포의 활성도를 높여 손상을 회복하고 재생을 촉진하기 때문에 특정 질환 1~2가지를 치료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세포 및 혈관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가 학계에 널리 보고되면서 일부 질환은 건강보험 적용도 된다. 현재 국내에서 고압산소요법의 건보적용이 가능한 상병은 화상, 당뇨병성 족부궤양, 식피술 또는 피판술 후, 일산화탄소 중독증, 가스색전증, 두 개내농양, 혐기성 세균감염증, 급성기 중심 망막 동맥폐쇄, 고도 출혈에의한 빈혈, 방사선 치료 후 조직괴사, 돌발성 난청 등이다.

◇ 해외 셀럽들은 항노화·디톡스 용도로 활용···국내도 일부 적응증에 건보적용

과거에는 이 같은 고압산소요법이 필요한 대표 사례로 연탄가스 중독(일산화탄소 중독)이 꼽혔다. 하지만 연탄 사용이 줄어들면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감소하다 보니 최근에는 질병 치료가 아닌, 미용 및 항노화 용도로 부각되는 경향도 포착된다. 실제 미국의 톱모델 켄달제너는 자택에 10만 달러 상당의 거액을 투입해 웰니스룸을 꾸밀 정도로 항노화와 건강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2만3000달러(약 3043만 원) 상당의 고압산소실까지 갖춰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희귀병의 일종인 '라임병' 투병 사실을 밝혔던 팝스타 저스틴비버도 고압산소 예찬론자다. 그는 수년간 약물남용으로 축적된 독소를 제거한다는 명분 아래 자택과 스튜디오에 각각 2개의 고압산소실을 설치해 놓았는데, 산소챔버에서 잠드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스틴 비버는 고압산소챔버에서 잠드는 사진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사진=데일리메일

다만 워낙 시설 비용이 높다 보니 비용대비 효과를 두고 학계 의견은 다소 갈린다. 화상을 포함한 다양한 적응증에서 보험 수가를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치료’의 영역에서 확실한 효과와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환자에게 필수적인 치료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2~4기압의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농도 산소만 주입할 경우 산소분자가 충분히 혈장에 녹아들지 않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정식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고압산소요법을 받을 경우 효과는 커녕 자칫 부작용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구수술을 받은지 1년이 경과하지 않았거나 치료되지 않은 기흉이 있는 환자는 고압산소요법의 금기 대상이다.

◇ 화상·외상은 물론 피부이식술·당뇨발·욕창 환자에도 도움

화상 치료의 가이드라인에서는 화상 상처가 3주 내 자연적으로 치유되도록 유도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처 치유 과정이 2주 이상 되면 80% 이상에서 흉터로 진행한다. 흉터는 극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을 유발하고, 관절에 생길 경우 구축을 초래하며 지속적으로 커지고 자라난다. 치유에 4주 이상 걸리면 수술이 필요하다. 고압산소요법은 화상 상처 조직의 빠른 회복을 효과적으로 도와 전체 치유 기간을 크게 단축시킨다. 예를 들어 드레싱만 하며 자연치유를 기다릴 경우 4주 걸릴 상처가, 고압산소치료를 병행하면 1주로 단축되는 식이다. 이미 미국 등 해외 국가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화상·외상·잠수병 치료 등에 고압산소치료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허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고압산소치료센터장)은 "화상 등 창상(상처) 환자나 교통사고 등 외상으로 피부이식술을 받은 환자, 당뇨발, 욕창 환자 등에게 적용하면 새 혈관 형성을 돕고 손상 조직의 재생속도를 높여 치료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며 "자연스레 감염·통증·합병증 등 후유증이 생길 확률이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피부이식술 후 생착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최신식 다인용 챔버 2대 동시 운영···최대 25명까지 치료 가능

한강성심병원의 고압산소치료센터는 국내 기업인 인터오션이 제작한 최신식 다인용 챔버 2대를 사용한다. 잠수함 같이 생긴 챔버 1대에는 한 번에 13명이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 1대에는 공간 두 개에 8명, 4명이 나눠 들어갈 수 있어 한 번에 최대 25명까지 치료가 가능하다. 1인용 챔버와 달리 의료진과 함께 들어갈 수 있어 위급상황 발생 시 내외부에서 모니터링 중인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즉각 전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1인용 챔버는 보통 유리관처럼 생겨 환자가 가만히 누워 치료받아야 하는데, 다인용 챔버에서는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에서 앉은 상태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는 화상을 포함한 창상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테이블을 만들어 가압 및 감압 정도, 산소흡입 및 에어브레이크 시간을 조절해 환자에게 시행하고 있다.

환자들이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동안 통제실에서 의료진들이 기기 안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강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대학병원 유일 화상전문병원이다. 병원 측은 화상 환자에 대한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아 병원 경영에 어려움이 많지만 이번 고압산소치료센터 오픈을 계기로 화상 치료를 선진화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단기적으로는 화상을 포함한 창상 환자의 치료기간 단축, 후유증 경감을 통한 사망률 개선을, 장기적으로는 고압산소요법의 효용성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해 국내 화상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목표다. 실제 센터 운영을 시작한지 한달 남짓 되는 기간동안 고압산소치료가 500여 건 시행됐을 정도로 환자들의 호응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병원장은 "한강성심병원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국내 화상치료의 메카로 공익적 차원에서 고압산소요법의 효용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화상 및 창상 치료의 질을 높이고 적정 치료지침을 만드는 한편, 고압산소요법의 적응증 확장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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