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비만 치료제의 역설
인류의 생활이 풍요로워지며 과식·폭식의 시대가 시작됐다. 고열량 음식을 먹는데 운동량은 부족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두둑한 뱃살을 갖게 됐다. 한때는 뚱뚱한 것이 부와 권력을 상징했지만, 지금 비만은 '인류의 적' '만병의 근원'으로 취급받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했다. 극복해야 할 질병이 된 것이다.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이미 10억명을 넘어섰고, 2035년 19억14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 인구가 폭증하면서 '비만과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식이요법, 운동 등은 가장 초보적 수준의 비만 퇴치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개선이 안 될 때는 약물요법, 위절제술 등 비만 수술이 동원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24억달러(약 3조원)였던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540억달러(약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은 '삭센다(노보노디스크)' '위고비(노보노디스크)' '마운자로(일라이릴리)' 등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주사형 치료제인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몸매 유지 비결로 언급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명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도 체중을 감량하며 위고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억만장자와 셀럽의 '다이어트 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 약은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도 비만 치료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역설적으로 비만율이 가장 낮은 부유층 거주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부유층 거주지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주민 2.3%가 오젬픽이나 위고비 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받았다. 비만 치료제의 인기로 실제 비만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은 약을 구할 수 없는 반면 날씬한 부유층은 쉽게 치료제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 치료제 접근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보는 순간 성욕 느꼈다”…처음 본 여성 만지고 상체 올라탄 남성 - 매일경제
- 이러니 성공하면 ‘제네시스’ 타겠지…벤츠·BMW 물리친 美친 존재감 [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아이 안낳을수 없네” 맞벌이 억대연봉 저리대출…신생아 특공 신설 - 매일경제
- [단독] 주호민, 특수교사에 ‘카톡 갑질’ 정황…선처한다면서 유죄의견 제출 - 매일경제
- 여야 ‘극과극’ 워크숍 밥상…與는 ‘생선회’ 野는 ‘삼겹살’ - 매일경제
- ‘금수저 승무원’ 소개해준다더니…1인 2역 사기꾼, 3억 뜯어내 - 매일경제
- 윤통이 말한 ‘저위험 권총’ 뭐길래…위력은 실탄의 10%지만 - 매일경제
- [속보] 尹대통령 “모든 현장 경찰에 저위험 권총 보급” - 매일경제
- 월세도 카드로 내는 ‘신용카드 강국’…“보험료 결제는 왜?” - 매일경제
- ‘기자회견 패스’ 클린스만의 바람 “이강인 부상으로 차질 생겨 곤란, 빨리 회복해 AG 정상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