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한국은 절대억제수단이 필요하다

2023. 8. 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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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우크라 전투기 지원 안해
핵보유 러 자극이 두렵기 때문
北이 ICBM으로 위협해오면?
한미동맹을 너무 믿으면 곤란

지난 5~7년 동안 급속도로 불안정화하는 세계에서 동북아만큼 위험해지고 있는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 동북아는 격화하는 미·중 대결의 초점 중 하나이다. 한편으로 초기에 주로 억제 수단으로 핵을 개발했던 북한은, 2016~2017년 이후 미국 대륙을 공격하기 위한 ICBM 개발에 거의 성공했고, 지금은 국군을 물리치기 위한 전술핵 개발에 열심이다. 그 결과 북한 핵 프로그램이 방위 수단에서 침공 수단, 제2차 남침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

남한 사회에서 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관심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70여 년 동안 미국의 핵우산 밑에서 잘 살아온 한국 사람들은 외부 위협에 대해 신경을 거의 안 쓴다. 그들은 여전히 무조건 미국의 도움으로 위협을 확실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에서 이 확신은 착각일 수도 있다.

한미동맹이 체결된 1953년에 북한은 미국 대륙뿐만 아니라 해외 미군기지를 공격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당시에 미국은 동맹 공약에 따라서 한국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면, 죽음의 길로 들어갈 미국인들은 아무 때나 나라를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의무가 있는 군인들뿐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북한은 뉴욕이나 LA와 같은 미국 대도시들을 한순간에 폐허로 만들 ICBM을 이미 가졌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가지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따라서 서울을 지키기로 결정한다면 뉴욕을 희생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정말로 남한을 지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 수 없다. 그러나 핵 억제 수단이 없는 한국은 전술핵까지 쓸 북한과 혼자서, 즉 동맹 없이 싸운다면 패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안보에 대한 책임을 기타 국가에 전가할 수 있을까?

독자 대부분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수 지원을 많이 제공할 줄 알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대우크라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개전 이후 18개월 동안 미국은 우크라 정부의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우크라군에 탱크 한 대도, 전투기 한 대도 보내지 않았다. 미군은 M1 에이브럼스 탱크 8100대를 가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로 향후 2년간 오직 M1 탱크 31대만 지원할 것이다. 전투기는 보낼 약속마저 없다. 미사일이나 폭탄을 지원할 때에도 사거리가 수십 ㎞를 초과하지 않는 것만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이만큼 조심스럽게 하는 이유는, 핵 보유국인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전술이다. 미국 입장에서 의미가 있는 태도일 수도 있지만 한국이 배울 교훈은 무엇일까? 미국도 핵 보유국과 대립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에서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의 ICBM 위협에 직면할 미국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를 희생할 생각이 있을까? 미지수이다. 이제 남한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절대 억제 수단인 핵무기 개발을 검토할 때가 왔다. 다극 질서로 바뀌는 세계는 경찰이 한 명도 없고 깡패들이 많은 마을과 비슷해지고 있다. 이 마을에서 권총 없이 살아남기 어렵다.

물론 남핵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남한은 기술과 재정이 충분하지만, 핵 개발을 시도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을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매우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결과적으로 경제가 많이 어려워질 텐데, 안보 위기감이 별로 없고 잘사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한국민들이 이 압박에 저항하고 핵을 계속 개발할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래서 남핵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나라의 안전 및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핵무기의 개발, 배치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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