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칼럼] 왜 국가가 실패하는가
열린 실패와 재도전 덕분
美엔 성공한 대학중퇴자 많아
괴짜가 혁신·변혁 이끌어
창조적파괴 이룰 제도 만들고
좋은 실패엔 박수 보내야
인도가 발사한 우주선이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에 착륙했다.
달 남극에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한 인도가 이번에는 그곳에 무인 우주선을 보낸 것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발사를 위한 통신위성을 소달구지로 옮긴 나라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을까.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 나는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을 장려하는 열린 문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는 지금도 카스트라는 신분제도가 힘을 발휘하는 폐쇄된 국가다. 그러나 과학기술에서는 신분이나 성별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다. 능력 있는 인재는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우주비행체 발사에 실패하면 책임 추궁과 재정적 압박이 뒤따른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연간 40차례 이상 로켓 발사가 이뤄지며 실패를 용인한다. 실패를 영원한 패배로 보지 않고, 성공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많은 혁신은 학교 중퇴자들이 이뤄냈다. 전기차와 우주 개척 분야에 선구적인 일론 머스크는 고교 때 왕따를 당했으며 대학은 두 군데를 중퇴한 후에 졸업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로켓은 발사 후 폭발했고 아내에게는 이혼당했으며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돈이 없어서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3는 생산 지연으로 주가가 폭락했으며 태양광 에너지 관련 사업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는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끊임없이 "나는 신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MS의 빌 게이츠,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샘 올트먼도 창조적 파괴를 이뤄냈다. 잡스는 '해군이 아닌 해적이 되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을 강조했다. 이 같은 혁신가들 덕분에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5년간 8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성장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지난해 GDP는 3조5981억달러로 영국(3조706억달러)보다 많았다. 작년 말 기준으로 영국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은 2조9110억달러로 애플이란 한 회사의 시가총액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럽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혁신 역량이다. 미국은 계속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그것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신사업을 일궈냈다. 사람을 특정한 틀에 가두지 않는 융통성과 포용력도 머스크 같은 괴짜 경영자가 성공을 거둔 배경이다. 과연 머스크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지금처럼 본인의 꿈을 펼칠 수 있었을까. 선뜻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결정 짓는 핵심 요인으로 경제·정치 제도를 꼽았다. 정치체제(제도)는 경제제도와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데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 가능한 나라가 성공을 거둔다고 설명했다. 반면, 혁신가가 이룬 성공의 대가를 빼앗거나 기존 질서에 반발하려면 목숨이 위태로운 국가는 지속적인 번영이 어렵다고 적시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관련자를 처벌하고 끝낸다. 이는 문제점을 은폐하고 시행착오 경험이 묻혀버리는 나쁜 실패를 가져온다. 이에 반해 좋은 실패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혁신을 시도하다가 생긴 시행착오로 성장의 기회가 된다. 이제 우리 사회도 관점을 바꿔야 한다. 좋은 실패를 장려하고 재도전에 나선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괴짜들을 기존의 틀로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도록 열린 사회를 만들고 재도전의 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김대영 부국장(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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