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작은 추
코로나19로 인류는 괴로움을 겪었다. 남녀노소 불문 평범한 일상을 빼앗겼다. 우리가 일상을 돌려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의사과학자들의 공이 크다. 이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개발해 인류에게 면역력을 선사했다.
이에 따라 의사과학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과학계에서 커졌다. 기초의학이나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충분한 훈련을 받은 의사를 키워 mRNA 같은 새로운 혁신을 꾀해 한국의 3대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조선의 서너 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을 한국이 잡자는 것이다. 특히 공학기술이 강한 한국은 의사과학자 양성의 '포텐셜(잠재력)'이 큰 국가로 해외에서 주목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한국이 의사과학자 양성에 뛰어들 경우 큰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포스텍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들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 속에 그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이 공대와 의대를 통합하며 의사과학자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사이에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전원 설립이 기울어진 저울에 작은 추를 놓는 것이라 역설한다. 사람은 수지타산을 따지기 마련인데, 현재 시스템하에선 '의사과학자'와 '임상의사' 두 가지 선택권을 놓고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의전원은 과학이 하고 싶은 의사들에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는 작은 인센티브란 분석이다.
만에 하나 의전원을 졸업한 이들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다가 임상의사를 택해도 이 또한 좋다.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학 기반의 임상의사가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과학자란 국가 자산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올바른 결정이 필요할 때다. 씨를 뿌리지 않고 수확만 기다리는 것은 바보나 다름없다.
[고재원 벤처과학부 ko.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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