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가능?…카뱅·케뱅 소폭 상승
토스뱅크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조정 필요"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올해 2분기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KCB 신용점수 기준 하위 50%)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소폭 증가한 반면, 토스뱅크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린 것과 달리 토스뱅크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이를 줄인 결과로 보인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연말까지 목표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올해 2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38.5%로 전분기 42.1%대비 3.6%포인트 줄었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 카카오뱅크는 전분기 25.7% 대비 2%포인트 높아진 27.7%, 케이뱅크도 24%로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가계대출 대비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규모를 의미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으로 신용평점 하위 50%(4등급 이하)에 대한 대출이다.
토스뱅크는 "가계 신용대출(무보증)중 중저신용자 잔액 비중은 38.5%로 21년 10월 출범 이후부터 변함없이 제1금융권 은행 중 가장 높은 중저신용자 포용 비중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토스뱅크는 지난해부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대비 높은 비중이 목표로 주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 비중 목표치를 각 △카카오뱅크 25% △케이뱅크 25%, △토스뱅크는 42%를 제시한 바 있다. 토스뱅크의 경우 다른 인터넷전문은행과 1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나는 것이다. 올해 목표도 44%로 카카오뱅크(30%)와 케이뱅크(32%)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과제중 하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 촉진,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도입됐다.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방식으로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되었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조건이었던 셈이다.
금융당국은 만일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사업 인허가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연말까지 카카오뱅크는 30%, 케이뱅크는 32%, 토스뱅크는 44%까지 이 비중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상대적으로 큰 여신 규모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출 공급 확대를 통해 전분기보다 2%포인트 비중을 끌어올렸다"며 "하반기에도 금융소외계층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해 연말 목표치인 30%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취급 규모는 1조750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3362억원)보다 31% 늘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이날 기준 28%를 넘어선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4640억원을 공급했고, 이날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5.1%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이 비중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반면 토스뱅크는 유일하게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환 여건이 악화하는 취약 차주들이 늘고 있는 데다 건전성 지표는 점점 나빠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의 경우 고신용자 대출에 비해 연체 확률이 높아 자산건전성 악화 위험이 크다.
실제 토스뱅크의 지난 1분기 연체율은 1.32%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연체율(0.2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0.58%)보다도 3배가량 높다.
토스뱅크의 올해 상반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취급 규모는 840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560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토스뱅크는 "거시경제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이고, 기존 중금리 대출 차주 데이터를 봤을 때 건전성 차원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지난 6월말 출범후 처음으로 부실화한 중금리 채권을 상각했고, 5월말부터 시작한 대환대출을 통해 고신용자 대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양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나이스(NICE)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비중은 50.3%까지 늘어난다"며 "KCB 기준 비중 수치가 올해 1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저신용자 포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 일부에서는 토스뱅크의 "NICE 기준 5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는 설명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5월 당시 인가 심사 중이던 토스뱅크를 포함한 3사에 자체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당시 중·저신용자 대출은 개인신용평가회사 KCB 기준으로 설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1년도 정책발표 당시 KCB를 기준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NICE 기준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가 NICE 기준으로 50% 이상 비중을 충족했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케이뱅크의 경우도 KCB 기준 24%이지만 NICE 기준으로는 30%를 상회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포용에 발맞춰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손실 흡수능력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모형 'TSS(Toss Scoring System)'를 한층 고도화해 나가며 지속 가능한 중저신용자 포용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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