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야·출장 때문” 인권위,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접수 보름 만에 논의 착수

윤기은 기자 2023. 8. 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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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인권침해 피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에서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서를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채모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박 대령과 관련한 진정이 접수된 지 15일 만이다.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인권위원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군인권보호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해 군인권센터가 지난 14일 제출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조치를 취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인권센터가 제출한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는 필요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해 전체 인권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됐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19일 채 상병이 숨진 지 41일 만, 지난 14일 박 대령 관련 진정이 접수된 지 15일 만에 이뤄졌다. 당초 지난 18일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긴급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으나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상임위원의 병가와 이충상 상임위원의 출장 때문에 무산됐다.

이 문제로 지난 28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는 위원들 간에 첨예한 언쟁이 벌어졌다. 김 위원은 “안건 상정에 앞서 진행발언을 하겠다”며 송 위원장과 박진 사무총장의 문책을 요구했다. 지난 18일 자신이 건강상 문제로 불참 의사를 명백히 밝혔음에도 임시상임위 개최를 강행했고, 이로 인해 자신이 ‘꾀병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상임위원’으로 해석되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는데도 인권위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군 긴급구제 안건은 상임위가 아닌 군인권보호위 소관인데, 왜 위원장은 상임위를 급히 열어 논의하려 했나” “꾀병을 추론한 보도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었는데 인권위에서 어떤 조처를 할 거냐”고 항의했다. 이충상 위원도 “저도 피해자라 말씀드린다. 영상 회의를 할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하는데 저한테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송 위원장은 “사안이 긴급해 다음 주로 넘어가면 의미 없게 돼버려 임시 상임위를 열었다” “김 위원과 개최 협의가 된 거로 알았다”고 답변했다. 1시간 넘게 언쟁이 이어지자 일부 위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수웅 위원은 “인권위원으로 이 자리 있는 게 참담하다”며 “인권위원 간 갈등, 분쟁이 과연 전원위에서 논의할 대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석희 위원은 “안하무인, 오만방자 등의 거친 말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했다. 결국 이날 의결하려던 4개 안건 중 3건만 의결됐고, 1건은 미뤄졌다.

지난 24일 오전 9시30분에 열린 상임위에서도 시작부터 같은 문제로 다툼이 일었다. 1시간 30분가량 논쟁이 이어진 후 김 위원과 이 위원이 퇴장해 정회됐다가 오후 3시에 재개됐다. 당시 회의 안건이었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 고시안’ 의견표명 건은 논의가 연기됐다.

그러는 동안 인권위가 지난 9일 국방부에 요구한 ‘군검 수사기록 즉시 경찰 재이첩’ ‘수사단장 집단항명죄 등 수사 즉각 보류’는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은 지난 24일에서야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넘겼다. 애초 조사에서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됐던 임성근 사단장, 여단장, 중대장 등의 혐의는 빠졌다. 군검찰은 전날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을 불러 조사했다. 그리고 이날 인권위가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인권위 군인권보호위는 이날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청에 이첩한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된 경위와 그 적절성 여부,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개시 경위 등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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