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前 만해정신 담아 문예지 재창간했죠"
만해 한용운 1918년 홀로 제작
이듬해 3·1운동으로 명맥 끊겨
2000년대 신흥사 무산스님 주도
한번 복간됐다 2015년 재폐간
만해 한용운 선생은 1918년 9월 경성부 계동 43 일대에서 혼자 문예지 '유심'을 만들었다. 유심(惟心)은 '생각하는 마음'이란 뜻이다.
대중을 계몽하기 위한 불교잡지이자 만해의 시 '심(心)' 등이 수록된 이 귀한 문예지는 이듬해 3·1운동이 전개되면서 통권 3호까지만 출간되고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만해의 잡지 '유심'이 재창간된다. 권영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사진)는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해 한용운의 자유평등사상을 계승하고자 '유심'을 재창간한다"면서 "105년 전 만해 선생이 독립정신과 민족의식을 생각하며 홀로 '유심' 잡지를 만들었던 종로에서, 또 시기적으로도 9월에 재창간하게 돼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만해의 '유심'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설악산 신흥사의 '큰 어른'이자 시조시인이었던 무산 스님(2018년 입적)이 만해의 뜻을 이어 2001년 '유심'을 복간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2015년 폐간돼 명맥이 끊어졌다.
권 교수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의 스님들께서 '유심' 재창간에 뜻을 모아주셨다"며 "만해 선생의 사상, 또 무산 스님이 생전에 강조하신 조화와 상생의 가치가 잡지에 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세상의 빛을 만난 '유심'은 283쪽이 전부 시 이야기로 꽉 채워졌다. 시와 시조, 노소(老少)의 경계를 없앴다. 신달자 시인이 만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가슴에 품은 시로 김지하 시인의 '빈 산'을 선택한 뒤 줄줄이 외운다.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저 빈 산"이란 문장으로 열리는 시다.
이숭원 평론가는 무산 스님의 시 '아득한 성자'를 되짚는다. 안지영 평론가는 김경미 시인의 시를, 안서현 평론가는 김광규 시인을 다뤘다. 정호승·황동규·오세영·김언·박소란·박라연 시인의 시도 수록됐다.
권 교수는 "문예지가 독자의 손으로 가지 않고 시인들이나 작가들의 동호회처럼 운영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만해 이후 약 80년 만에 복간됐던 '유심'이 2015년 폐간될 때도 문예지가 과연 본래 생각했던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반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예지 '유심'의 명맥을 이으면서 젊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해 널리 읽히는 잡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달자 시인이 '유심'의 편집주간을 맡고 이숭원 평론가, 신철규 시인, 김지윤 시인·평론가가 편집위원으로 임한다. 신달자 시인은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유심'을 이끌겠다"며 "올여름은 호우와 폭염, 사건·사고 모두 '극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유심'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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