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대표의 옥중 공천권 행사, 가능할까?[팩트체크]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3. 8. 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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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나온 18일 자장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한 만큼, 구속될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에도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이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옥중 공천’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사 구속이 돼서 구치소에 들어가시더라도 저는 당대표직 사퇴는 일절 없을 거로 본다”며 “옥중 공천이라는 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대표 구속이 당헌상 ‘궐위’인가
더불어민주당 당헌 25조 3항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궐위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당대표를 선출한다’고 돼 있다. 다만 궐위된 당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인 때에는 중앙위원회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 28일까지다.

따라서 관권은 이재명 대표가 구속될 경우 ‘구속’을 당헌상 ‘궐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당대표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당 대표의 구속을 궐위로 본다면 정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보궐 선거를 통해 당 대표를 다시 선출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당 대표는 구속 중에도 말 그대로 옥중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당헌당규상으로는 당대표의 구속만을 가지고 궐위로 해석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을 지낸 조상규 변호사는 “이 대표의 구속은 궐위가 아닌 사고에 해당한다”라며 “당 대표가 궐위가 아니라 사고라고 판단한다면 옥중 결재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궐위는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 변호사는 궐위는 다시 뽑아야 하지만 잠시 구속돼 있는 것은 사고라서 원내대표의 대행 체제로 당무가 가능하다고 봤다.

한국정당학회장인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대표의 궐위 여부에 대해 “최고위원회나 당무위원회의 해석의 문제”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당대표가 사망했거나 형사 재판으로 1년 이상을 비우게 된다면 전당대회를 열 수도 있겠지만 구속이 일주일 내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 아니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나 지지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면 심의의결기관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평론가인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도 “당규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당은 자발적인 정치 집단이니 궐위 여부는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가 될 것”이라며 “당헌 당규는 법률이나 형사 소송법이 아니니 결국 정치적인 판단이 될 것이고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 6개월 부재는 비상상황 아냐”
정당이 대표의 장기간 부재를 ‘비상상황’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법의 판단을 받은 사례가 비교적 최근에 있었다. 지난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에 대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로 부재 상태가 됐을 때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려 하자 이 전 대표는 이를 중단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 1항은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친윤 세력은 당 대표 2년 임기 중 6개월 정지는 ‘궐위’에 준하는 상황이며 최고위도 구성원 9명 중 여러 명이 사퇴해 ‘4인 이하’가 되면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자신에 대한 당원권 정지는 당 사무처가 ‘궐위’가 아니라 ‘사고’로 결론지었고,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지 않았으므로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또한 당헌 27조 3항에 따라 선출직 최고위원 궐위 시에는 30일 이내에 전국위에서 후임자를 선출하게 돼 있으므로 결원을 보충하면 될 뿐,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당헌 96조의 ‘비상상황에 준하는 상황’에 대해 ‘당 대표 궐위나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과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일이 발생해 당의 의사결정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있어 당의 의사결정에 무리가 없고, 당헌에 따라 전국위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해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비대위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옥중 정치활동 가능한가?
구속중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정치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과거 옥중에서 출마하거나 당선된 사례도 있다. 1978년 12월 12일에 치러진 10대 총선에서, 故 손주항 전 의원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선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전주교도소에 구속됐다.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비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어길 때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한석유협회 회장인 박주선 전 의원은 현대건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구속된 상태에서 지난 2004년 4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옥중 출마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의 ‘옥중 공천권 행사’ 가능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구속이 되더라도 ‘구속’이 민주당 당헌상 ‘당대표 궐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대표직의 유지가 가능하다. 또한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조추정의 원칙에 따라 정치활동 역시 가능하다. 따라서 이 대표 본인이 하려고 한다면 옥중에서 민주당 당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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