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옅어지는 '분단의 땅'···DMZ를 보는 27개의 시선
국내외 현대미술작가 27명 참여
모포 33장에 그린 대형 그림 등
세대별 분단 보는 관점 차이 뚜렷
도라산전망대·평화누리 등서 진행
1953년 7월 27일. 3년 간의 전쟁이 ‘휴전’으로 끝났다. 국토 한 가운데 휴전선이 그어졌고, ‘비무장지대’(DMZ)가 형성됐다. 그로부터 70년. 분단의 기억은 세대가 거듭 될수록 흐릿해졌다. 그리고 인간의 발길이 끊긴 DMZ는 ‘인간만 없으면 된다’는 명제를 증명이라도 하듯 온갖 생태의 보고로 자리 잡았다.
정전 70년을 맞아 추상의 단어가 되어버린 분단을 상기하는 전시가 DMZ 곳곳에서 열린다. 경기도는 경기도 DMZ 일대에서 ‘2023 DMZ 오픈 페스티벌’의 일부인 현대미술전시 ‘DMZ:체크포인트’를 오는 31일부터 9월 23일가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DMZ:체크포인트’는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 27명이 한국의 분단 상황과 DMZ 접경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을 60여 점의 예술작품에 담아내는 전시다. 올해는 민간인 통제 구역인 도라산 전망대와 미군기지였던 캠프그리브스(도큐멘타 2~4관, 보존막사, 체육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다.
전시 메가폰은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잡았다. ‘리얼 DMZ 프로젝트’는 김 감독이 2011년부터 DMZ를 예술적 시각으로 탐구하며 분단의 현실을 알리는 일종의 미술운동이다. 강원도 철원 등지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백남준과 이불, 양혜규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땅굴, 벙커 등의 장소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올해는 정전 70년을 맞아 민간인 통제 구역이면서 평화관광 코스인 도라산 전망대와 옛 미군 막사인 캠프그리브스, 평화누리 등지에서 진행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연령대에 따라 분단을 해석하는 다양한 시선을 드러낸다. 도라산 전망대 앞 마당에 놓인 정소영의 ‘환상통’이 대표적이다. 반으로 절단난 돌 위에 부착된 스테인리스 판은 방향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모습을 비춘다. 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체의 부위에서 고통을 느끼는 ‘환상통’을 의미한다. 분단은 젊은 세대에게 이처럼 존재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추상일 뿐이다.
전망대 1층 입구에 놓인 비주얼 리서치 밴드 '이끼바위쿠르르'의 ‘덩굴:경계와 흔적’과 박보마의 ‘초록의 실제’, 성립의 ‘아래에는’ 등의 작품은 DMZ의 생태 환경을 보여준다. 전쟁을 역사로만 접한 이들에게 DMZ는 숨겨진 공간이며, 동시에 여러 생명체가 군집을 이루고 엉켜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경이로운 장소다.
젊은 남성 작가들은 좀 더 직접적이다. 도라전망대 1층에 놓인 옥승철의 ‘녹색광선’과 ‘구름’, 이재석의 ‘텐트를 설치하는 방법’ 등은 이 곳이 전쟁을 전제로 한 공간임을 상기시켜준다. 이우성의 회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한국전 당시 전투가 치열했던 김포 야산 애기봉을 방문한 작가가 떠올린 서정적 느낌을 핑크빛으로 화폭에 담았다.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두 번째 전시 장소 캠프그리브스는 좀 더 적나라하다. 이 곳은 70년 전 미군 2사단 506연대가 주둔하던 곳으로 미군 막사, 체육관 등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임민욱은 군용 모포 33장에 그려 완성한 대형 걸개그림 작품 ‘커레히-홀로 서서’를 체육관 한 가운데 걸었다. 오랜 시간 한국 현대사를 작품으로 탐구해 온 1951년생 서용선의 작품도 볼 수 있다. 6·25를 직접 겪은 작가는 휴전선이 가로지르는 남과 북의 민둥산, 미사일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한국의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낡은 미군 막사 공간에서는 최원준이 기존 막사에 꾸며진 역사관 사진을 일부 바꿔 ‘미군 기지촌 클럽에 대한 작은 역사’를 전시했다.
수천 개의 바람개비가 정처 없이 돌고 있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김홍석의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석상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사실 공기를 주입해 유지하는 텐트천 작품이다. 전시는 DMZ오픈페스티벌공식 누리집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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